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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3루에서 뛰는데…한국은 반도체 ‘지역 나눠먹기’” [中반도체 공습]

중앙일보

2026.09.15 14:00 2026.09.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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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서림동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중국 반도체 굴기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서림동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중국 반도체는 ‘1년을 2년처럼’ 쓰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으로 봤지만 최근 현장의 체감 격차는 3년 안팎까지 좁혀졌다는 평가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차세대 기술도 중국 대학과 연구소에서 미리 파고들고 있다.

중앙일보는 14일 반도체 석학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중국 기술정책 전문가인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열고 중국 반도체 굴기의 현주소와 한국의 대응 전략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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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양적 추월은 시간 문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다음 치킨게임이 와도 중국 업체는 기술 격차와 상관없이 쉽게 죽지 않는 ‘좀비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죽지 않는 상대와 어떻게 경쟁할지 한국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다음 치킨게임이 와도 중국 업체는 기술 격차와 상관없이 쉽게 죽지 않는 ‘좀비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죽지 않는 상대와 어떻게 경쟁할지 한국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Q : 중국 반도체의 추격 속도가 실제로 그렇게 빠른가.
A : 백서인 교수 = 작년, 재작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만나면 “5년 이상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느낌이 5년이 아니고 3년이다. 아직은 (기술) 차이가 있겠지만 ‘진짜 경쟁자’라는 인식이 많이 올라왔다.

A : 권석준 교수 = 양적인 추월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중국은 팹을 짓는 속도부터 다르다. 우리는 행정 마찰 비용이 크지만 중국은 명령 체계가 일사불란하다. 질적인 부분도 봐야 한다. 중국에선 제일 똑똑한 친구가 이공계와 대학원에 가고 PoC(개념검증)라도 직접 만들어본다. 우리 학생이 1루에서 시작할 때 중국 대학원생은 2루나 3루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Q :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오히려 자립을 재촉했다는 평가도 있다.
A : 백 = 트럼프 1기 제재 이후 중국 기업도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기업 보고서를 보면 ‘핵심 IP’, ‘핵심 기술 자립’이라는 언급이 엄청 늘었다. 예전에는 자국 반도체를 쓰라고 하면 “이 후진 걸 왜 쓰냐”고 했다. 지금은 미국산을 못 쓰니 대안이 없다. 억지로라도 써야 한다. 수요 기업이 공급 기업을 가혹하게 조련하면서 중국 내 산학연도 훨씬 긴밀해졌다.


Q : 차세대 기술에선 어떤가.
A : 황철성 교수 = 중국 대학이나 중국과학원 논문을 보면 내가 10년 전에 하고 싶었던 걸 이 사람들이 다 하고 있다. 당장 쓸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해본 학생이 졸업해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갈 것 아닌가. 나중에 2D D램 스케일링이 멈추고 3D로 가면 중국은 해본 사람이 개발하고 우리는 안 해본 사람이 개발한다. 누가 유리하겠나.

A : 권 = 일본 반도체가 기술이 없어서 한국에 따라잡힌 게 아니다. 30년 전 일본에서도 “한국이 미친 듯이 돈을 쏟아붓고 따라온다”는 위기론이 있었다. 하지만 잘하는 기술을 더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다 전환 시점을 놓쳤다. 반도체는 하던 기술을 끝없이 고도화하는 게 항상 정답은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임계점이 있다. 미세화로 공정 기간이 늘면 생산능력은 줄어든다. 한국도 지금 잘하는 기술에만 매달리다 다음 전환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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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정치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돼”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노벨상 받을 연구도 필요하지만 공과대학의 기본 임무는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반도체는 기본기조차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노벨상 받을 연구도 필요하지만 공과대학의 기본 임무는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반도체는 기본기조차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Q : 한국의 반도체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A : 황 = 제일 큰 문제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정치권에선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 반도체는 국가 간 게임인데 우리는 지역 간 게임으로 치환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을 들여다보면 이게 반도체특별법인지 ‘반도체지방법’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다.


Q : 직접 세어보니 ‘지방’이라는 단어가 36번 나온다.
A : 황 = 주무 부처인 산업부 공무원도 지방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목을 쥐고 있는 게 정치인이다. 반도체 산업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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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나눠먹기 대신 경쟁”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가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줬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게 만들었다”며 “중국이 따라올 수 있는 상대라면 오히려 미국 의존도를 확실하게 높여버렸어야 했고, 애당초 못 따라올 상대라면 아예 시장을 열어 미국 기업이 중국에 더 많이 팔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가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줬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게 만들었다”며 “중국이 따라올 수 있는 상대라면 오히려 미국 의존도를 확실하게 높여버렸어야 했고, 애당초 못 따라올 상대라면 아예 시장을 열어 미국 기업이 중국에 더 많이 팔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Q : 한국의 대학 연구 생태계는 무엇이 문제인가.
A : 황 = 기업이 잘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대학은 학생이나 빨리 보내달라”는 식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연구개발(R&D)에 수십조원을 쓰는데 대학 반도체 연구비는 정부와 민간 지원을 다 합해도 1년에 3000억원 정도다. 이걸로 뭘 할 수 있겠나.

A : 백 = 대학도 문제다. 중국도 중복 투자가 많지만 거기는 잘 되는 데와 엉망인 데가 갈린다. 우리는 60점 이하도 없고 80점 이상도 없다. 평균적으로 다 비슷하다. 대학 안에서도 “너 여기 넘지 마라, 나도 안 넘어가겠다”는 식의 나눠먹기가 있다. 중국은 서로 넘어가고 경쟁한다. 이기는 쪽에 더 몰아준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Q :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뭔가.
A : 황 = 아직은 우리가 중국보다 앞선다. 늦기 전에 치킨게임을 붙어야 한다. 중국의 부상을 늦추려면 물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용인 공장을 빨리 지어 생산능력(캐파)을 확 끌어올려야 한다. 호황이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일부는 대학 연구 기반에 넣어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천재일우의 기회다. 과실 나눠먹기에만 골몰할 때가 아니다.

A : 권 = 정부가 제대로 된 공용 팹을 지어야 한다. 지금은 여기저기 조금씩 만들어 놓고 실제 첨단 공정을 해볼 곳은 없다. 공동 연구 팹을 만들어 연구자가 실패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파괴적인 혁신이 어느 방향에서 나올지 모르겠다면, 모든 방향을 탐색해야 한다. 그 불확실성을 정부가 받아줘야 한다. 지금은 한국에 기술적 우위 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 제재라는 지정학적 이점도 있다. 향후 대만과도 협력할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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