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급등하고 있는 국채금리와 관련 “글로벌 이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전쟁의 여파로 금리가 올랐음을 시인한 말이지만, 그는 이란전쟁 때문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쇠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센트는 이어 재무부가 금리 안정을 위해 60억 달러에 달하는 바이백(국채 재매입)을 단행하고도 금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 대해선 “조 바이든 정부 때문”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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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금리 19년만에 최고치
베센트는 이날 미 연방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재무부가 최근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급등을 막기 위해 시행한 바이백에 대해 “바이백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백을 시행하고도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그러자 그는 “개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며 “미국 채권시장은 지난 한 달 동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선진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채 금리 인상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듣고 있다. 그는 정부의 대규모 개입에도 국채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무부는 장기 국채금리를 잡기 위해 이번달 10~20년물 바이백 한도를 기존의 2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금리 상승은 지속됐고,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04%를 넘어서며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인상의 근본적 원인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이란전쟁으로 급등한 국제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확대된 재정 부담 때문이다. 베센트 역시 금리 인상의 원인을 “글로벌 이슈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근본 원인인 이란전쟁과 이로 인해 더 악화된 재정 적자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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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절반 돼 가는데…“다 바이든 때문”
베센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원인과 관련 “확대된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재정 건전화 계획이 곧 발표될 것”이라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당초 정부 지출 축소 등을 활용해 재정 건전화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란전쟁으로 군사비 지출이 늘면서 발표는 연기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본인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린 아일랜드 오픈 골프 대회 참석을 마친 뒤 대통령기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센트는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정부가 아닌 바이든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트럭에 치인 사람을 치료하는 응급실 의사 같은 처지”라며 “지금까지 환자를 안정시켰으니, 이제 환자가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에 봉착한 현재의 경제 상황이 아직도 바이든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리치 토레스 의원은 “바이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의 시효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것이냐”며 “대책을 없을 때 무조건 조 바이든을 탓하는 게 이 행정부의 전형적 수법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베센트는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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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무관 “5000달러 지급”…대출 금리엔 침묵
반면 베센트는 재정 적자에 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사실상의 중간선거용 공약으로 제시한 ‘5000달러 배당금’에 대해선 “정책의 목표는 미국인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넣어주는 것”이라며 지급할 거란 약속을 반복했다. 1조 2000억 달러(약 1642조원) 이상의 국가 부채가 부가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있고, 자금원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개최한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별도의 전대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흥행을 자신했지만, 무료 입장권을 배포하고도 전당대회장 곳곳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 대출 금리는 선거 표심에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한 담보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지만, 베센트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현재 30년 고정 장기 주택담보 금리는 평균 6.76% 수준이다. 1년 전인 6.35%보다 대폭 상승했다. 만약 금리가 7.5%까지 상승할 경우 50만 달러를 대출받은 사람이 부담하는 월 이자는 3243달러에서 3496달러로 253달러(약 35만원) 늘어나게 된다. 유권자들은 금리 부담에 더해 급등한 휘발유 가격 등 물가에 대한 추가 부담을 진 채로 투표장에 가게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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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 제재 못하고…정상회담 조율 착수
이런 가운데 베센트는 오는 20일 뉴욕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최종 조율에 경제 수장이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회담이 경제 문제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1년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휴전을 6개월 가량 추가 연장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트럼프의 남은 임기로 휴전 기간을 연장하자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나란히 서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취임과 함께 중국에 대한 대대적 무역 압박을 가했지만, 매번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의 반격을 받고 물러서며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 논란을 자초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금리와 물가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를 향해 희토류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트럼프의 입장에선 물가 압박을 무시하고 무한 관세 전략으로 맞서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대대적 경제적 압박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정작 이란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의 은행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