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다음 주면 추석이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면 기분이 들뜨고 설레곤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 새 옷을 입고 일가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 웃음꽃을 피우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인지 다른 연휴보다 정겹고 푸근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명절이나 잔치를 맞아 마련한 새 옷이나 신발을 가리키는 우리말이 있다. 바로 ‘빔’이다. 추석날에 입거나 신는 새 옷이나 새 신발은 ‘추석빔’이라고 한다. ‘빔’은 이렇듯 명절과 결합해 합성어를 이룬다. 설에 마련하는 새 옷과 신발은 ‘설빔’, 까치설날에 입는 아이들의 설빔은 ‘까치설빔’이라 부른다. 이 모두를 통틀어 ‘명절빔’이라 쓸 수도 있다.
단오에 나쁜 귀신을 없앤다는 뜻에서 행하던 여자들의 치장을 일컬어 ‘단오빔’이라고도 한다. 단오에는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으며 푸른 새 옷을 입고 창포 뿌리로 만든 비녀를 꽂았다고 전해진다.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생일에 새로 장만하는 옷이나 신발 등을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 앞에서 숙지한 바를 응용하면 쉽게 답이 나오는데, 정답은 바로 ‘생일빔’이다.
원래는 ‘비음’이 표준어였으나 현재는 ‘추석빔’ ‘설빔’ 등과 같이 ‘빔’이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14항)에 따른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추석빔을 마련하러 외출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