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에 이어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주요 공급처인 카타르의 생산 차질이 길어진 탓이다. 난방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까지 다가오면서 가격 불안이 더 심해졌다. 국내 전기·난방요금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1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KM) 11월물 선물은 전날 100만 BTU(MMBtu·열량 단위)당 27.765달러에 마감했다.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 달 전보다 30.85%, 6개월 전보다 71.55% 올랐다. JKM은 한국이 현물시장에서 LNG를 들여올 때 지불하는 금액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지표다.
김영옥 기자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인은 중동의 공급 차질이다. 카타르산 LNG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LNG 생산라인 14개 중 2개가 손상됐다.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설비 복구에 3~5년이 걸리고, 이 기간 연간 1280만t 규모의 LNG 생산능력을 활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타르에너지는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미국 업체들과 2031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 협상도 하고 있다. 사울 카보닉 MST마키 에너지리서치 대표는 로이터에 “카타르가 다른 생산업체에서 장기 LNG 물량을 확보하려는 것은 수출 차질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LNG가 원유보다 공급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원유는 상온에서 대규모 저장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는 영하 162도 안팎으로 냉각해 별도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저장시설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어렵다. 세계 최대 LNG 트레이더인 셸은 올 들어 중동에서 줄어든 LNG 공급량을 약 3600만t으로 추산했다.
더 큰 고비는 겨울이다. 유럽도 겨울을 앞두고 낮은 가스 재고를 채워야 한다. 유럽가스인프라협회(GIE)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저장률은 지난 14일 기준 약 68%로, 같은 시기와 비교해 15년 만에 가장 낮다. 아시아와의 LNG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상 동아시아보다 쌌던 유럽 가스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졌다”며 “공급 물량이 제한돼 있어 올겨울은 LNG 확보와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LNG 가격 상승은 국내 전력·가스 비용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 LNG 발전사의 연료비가 오르면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계통한계가격(SMP) 상승으로 이어진다. SMP는 일종의 전기요금 도매가격에 해당하는데, 그만큼 한국전력공사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LNG 가격 상승으로 도시가스 원료비가 오르면 한국가스공사의 부담도 늘어난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더라도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를 공기업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2분기 이후 3년 넘게 동결됐고, 정부는 비수도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 교수는 “결국 일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요금을 올리지 않으려면 한전과 가스공사에 출연금을 늘리거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