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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만 된다면…” 합숙 취업훈련소 입대하는 취준생들

중앙일보

2026.09.16 08:10 2026.09.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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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 LS미래원에서 ‘LS 점프업 부트캠프’ 참가자들이 하루 10시간씩 인공지능(AI) 실무교육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 LS미래원에서 ‘LS 점프업 부트캠프’ 참가자들이 하루 10시간씩 인공지능(AI) 실무교육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기어 변속 때 파라미터 값을 문자와 숫자 중 어떤 걸로 할 건가요.” “필드값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동차 연구소의 개발회의가 아니다. 지난달 25일 찾은 경기도 안성 LS미래원 강의실에선 ‘취업훈련병’ 30명이 자동차 구동 시스템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하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LS그룹과 고용노동부가 ‘K뉴딜 아카데미’의 일환으로 마련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LS 점프업 부트캠프’ 참가자들이다.

갈수록 원하는 일자리 얻기가 힘들어지면서 ‘부트캠프(boot camp)’를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부트캠프’는 원래 군(軍) 신병훈련소를 뜻하는데, 짧은 기간 고강도 취업훈련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지난달 LS미래원에 ‘입소’한 취업준비생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식사시간을 뺀 하루 10시간씩 3개월여간 합숙하며 교육을 받는다.

청년들이 군 입대에 버금가는 훈련에 참가하게 된 건, 고차방정식처럼 복잡해진 채용시장 때문이다. 대규모 채용 대신 세부 직무별로 나눠 채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전문성 수준도 높아졌다. 윤가은(27·여)씨는 “기업들의 공개채용이 줄고 수시·상시채용이 늘어나며 취업 준비가 장기전이 됐다”고 말했다.

‘취업 부트캠프’는 기업이 직접 구성한 커리큘럼을 통해 실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6개월간 풀타임 교육이 진행되는데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교육비는 무료다. 정부는 올해 K뉴딜 아카데미를 통해 1만 명의 취업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주관하는 부트캠프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스쿨’에서도 140여 명의 교육생이 6개월간 1000시간의 교육을 받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생 진수현(25)씨는 “특정 기업보다 직무 중심으로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직무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는데, 현직자 실무 사례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기업 역량을 인재 개발에 활용하는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트캠프가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장기간 종일 교육을 받거나 합숙하는 만큼 다른 활동과 병행하기도 쉽지 않다. 이서윤(33·여)씨는 “오후 9시 수업이 끝난 뒤에도 룸메이트와 밤샘토론을 하고, 주말에도 두세 시간씩 나머지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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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첫 취업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엔 20대 초반(20~24세)에 첫 취업하는 비중이 전체의 45%였지만, 2024년엔 31%로 줄었다. 반대로 20대 후반(25~39세)과 30대 초반(30~34세)의 첫 취업 비중은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노동시장에 안착하는 시기가 30대로 미뤄지는 현상이 고착화한 셈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중앙일보가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구직자 664명을 설문한 결과, 인턴·부트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취업(정규직) 지원을 3개월 이상 늦췄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6.2%였다. 1년 이상 늦췄다는 응답도 13.5%로 집계됐다.

인턴이나 부트캠프 참여 이유로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가 36%로 가장 많았다. ‘채용공고에서 관련 경험을 우대해서’(24.7%),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해’(20.2%)가 뒤를 이었다. 지원서에 ‘경험 한 줄’을 넣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 147개 채용담당자들에게 구직자에게 필요한 요소를 물었더니 67.3%(복수응답)가 ‘직무 관련 경험’을 꼽았고, 부트캠프 등 직무교육을 요구한 응답도 22.4%였다. 정현경 사람인 팀장은 “공채는 신입사원을 선발한 뒤 회사에서 교육시킨다는 전제가 있지만, 수시채용은 필요한 능력과 기능을 이미 갖춘 사람을 뽑는 방식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업 시기가 늦어지는 건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부트캠프 등은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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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청년들이 ‘즉시 투입 가능한 신입’이란 채용 기준에 맞추기 위해 경력 쌓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부트캠프 등 교육이 의미는 있지만 자칫 취준생들을 경력 쌓기만 반복하는 ‘미뤘음 청년’으로 붙잡아두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 일자리의 ‘운동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석현.남윤서.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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