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기 안성 LS미래원에서 열린 ‘LS 점프업 부트캠프’ 참가자 30명이 직무교육을 듣고 있다. 안성=김경록 기자
구직자 10명 중 약 6명이 인턴이나 직무교육 프로그램인 ‘부트캠프’에 참여하느라 취업 지원 시기를 3개월 이상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채용이 대규모 공채에서 직무별 소규모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경험 한 줄’을 넣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과 구직자 664명을 설문한 결과, 인턴·부트캠프 참여로 취업(정규직) 지원을 3개월 이상 늦췄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6.2%로 집계됐다. 3~6개월이 25.8%, 6개월~1년 16.9%, 1년 이상이라는 응답도 13.5%였다. 인턴이나 부트캠프에 참여 이유로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가 36%로 가장 많았다. ‘채용공고에서 관련 경험을 우대해서’(24.7%),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해’(20.2%)가 뒤를 이었다.
실제 대기업 147개 채용담당자들에게 구직자에게 필요한 요소를 물었더니 67.3%(복수응답)가 인턴·아르바이트·프로젝트 등 ‘직무 관련 경험’을 꼽았다. 부트캠프 등 직무교육을 요구한 응답도 22.4%였다.
대규모 공채 대신 부서마다 필요한 인원을 소수로 골라 뽑는 방식은 이미 일반화했다. 설문에서도 채용공고 한 건 당 선발 인원이 10명 미만이라는 기업이 93%에 달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취업 관련 업계도 구직자가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성향에 맞는 채용 공고를 찾아 취업 전략을 짤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인의 ‘커리어 매칭 에이전트’ 서비스가 한 예다.
김영희 디자이너
정현경 사람인 팀장은 “공채는 신입사원을 선발한 뒤 회사에서 교육시킨다는 전제가 있지만, 수시채용은 필요한 능력과 기능을 이미 갖춘 사람을 뽑는 방식에 가깝다”며 “경험과 경력이 부족한 청년층에겐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와 바로 매칭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달까지 전년 동월 대비 46개월 연속 감소했다. 2022년 8월 403만5000명이던 취업자는 올해 8월 342만8000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고용률도 47.3%에서 44.1%로 낮아졌다. 전체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과 별개로 청년 고용률도 3.2%포인트 떨어졌다.
정지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건, 기업들이 청년에게 제공하는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부트캠프 등 직무교육은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