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원택 전북지사가 지난 7월 29일 전북경찰청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이원택 ‘나와 수행원 식비는 냈다’ 발언은 허위”
전·현직 전북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나란히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의혹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7일 “이원택 전북지사와 김관영 전 전북지사 관련 선거법 사건 수사를 종결하고, 전주지검에 일부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그간 검찰과 사전 협의를 해왔다. 선거법 사건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끝내는 게 아니라 송치 전에 검찰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경찰은 지난 4월 초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기사비 지급 의혹’(김관영)과 ‘제3자 식사비 대납 의혹’(이원택) 중심으로 수사해 왔다. 수사팀은 지난 4월 도지사 집무실과 당시 이 지사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하고, 5월 4일·8월 21일(김관영), 5월 7일·7월 29일(이원택) 피의자 조사도 마쳤다.
경찰은 이원택 지사에게 제기된 총 4건의 의혹 중 1건만 송치하고, 2건은 불송치, 1건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식비 대납 의혹에 대해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11월 29일 당시 이 지사가 참석한 청년 간담회(정읍 식당)에서 나온 술·식사비 72만7000원을 해당 모임 멤버이자 이 후보 선거를 돕는 김슬지 도의원(비례대표)이 사흘 뒤 전북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법인카드(업무추진비 45만원)와 사비로 대신 결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원택 전북지사가 후보 시절 참석한 정읍 청년 모임에서 식사비를 대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된 김슬지 전 전북도의원이 지난 6월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북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관영 대리비 지급은 후보자 기부행위”
그러나 경찰은 “나와 수행원 식비는 내가 냈다”는 이 지사 발언에 대해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당시 식당 폐쇄회로(CC)TV 영상은 남아 있지 않지만, 참석자 진술과 관련 정황 등을 종합해 이 지사가 실제로 식비를 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논란 초기에 “나와 수행원 3명의 식비 15만원은 별도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개인 비용은 현찰로 직접 계산했다”는 얘기다. 반면 해당 식당 주인은 민주당 윤리감찰단·경찰·선관위 조사에서 “당일 누구에게도 카드든, 현금이든 돈을 받지 않았다. 며칠 뒤 여성(김슬지)이 와서 카드 두 장으로 나눠 결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슬지 전 도의원을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와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3가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위치를 옮기거나 숨기도록 누군가에게 지시한 정황이 확인돼 증거인멸교사죄를 추가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 지사는 ‘김관영 내란 방조 의혹’ 관련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추가 고발됐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 자료와 전북도 문서 등을 확인한 결과 완전히 없었던 사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당시 실제 있었던 일을 다소 과장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 지사는 지난해 4월 경선 전후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김관영 지사가 도청사를 폐쇄하고 준예산을 검토하는 등 내란을 방조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2차 종합특검이 지난 5월 7일 김 전 지사에게 제기된 내란부화수행·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뒤에도 TV 토론회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 지사는 선거 내내 “문건 등 기록에 따른 합리적 의혹 제기”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있었던 사실을 다소 과장하거나 일부 세부적인 부분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명백히 왜곡된 허위 사실이 아니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고 불송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월 20일 이 지사가 참석한 예술인 단체 모임을 둘러싼 식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관영 전 전북지사가 지난달 21일 전북경찰청에서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원택 “수사 결과 겸허히 수용…성실히 소명”
경찰은 김관영 전 지사의 대리비 지급 관련 기부행위 혐의는 인정된다고 봤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 한 식당에서 민주당 청년 당원·기초의원·출마 예정자 등 20여명과 가진 저녁 식사 겸 술자리에서 선거구민인 참석자와 식당 관계자 등 18명에게 대리운전비 등 명목으로 2만~10만원씩 총 108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113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후보자 등은 선거구민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경찰은 해당 식당 CCTV 영상 삭제와 회유를 시도한 혐의(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유창희 전 전북도 정무수석과 영상을 넘긴 식당 주인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선거 막판 김 전 지사에게 제기된 ‘대통령 교감설’은 수사 중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 전 지사는 지난 5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무소속) 출마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불가피성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가 “대통령은 김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다. 김 전 지사 측은 “출마 전 청와대 정무 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출마 이유 등을 설명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근우 전북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고발장에 적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수사했다”며 “경찰 수사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송치 기록을 본 뒤 법리와 증거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송치된 혐의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