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의 순회 지원유세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에 대해 “우리가 해낸 일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특유의 춤동작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란전쟁으로 초래된 유가 급등 상황에 대해 "저렴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중간선거 지원을 위한 첫 유세지로 택한 노스캐롤아이나 개스토니아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전쟁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시작됐고, (휘발유 가격은)조금 더 올랐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 전 갤런당 3달러 선이던 휘발유 가격은 이날 4.37달러를 기록했고, 일각에선 “충격적 추가 급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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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급등’ 예고…“아주 저렴한 대가”
유가 급등을 ‘저렴한 대가’라고 평가절하한 트럼프는 “(휘발유)가격이 훨씬 더 비싸졌다고 하더라도 (이란전쟁 결정은)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핵무장을)저지했고, 솔직히 말해 이 상황은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유가를 잡겠다는 약속 대신 전쟁의 당위성을 내세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및 원유 시설의 피해 상황이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사우디는 해당 육상 수송로를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막힌 상황에서 우회 수송로로 활용해왔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유가의 추가 급등을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손상과 석유 시설 피격은 단순한 해상 운송 위기를 넘어 원유 공급 전반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석유 기업 걸프오일의 톰 클로자는 WP에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충격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고, 가격 추적 플랫폼 가스버디는 “48시간 내 급등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10~11일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우디 육상 수송로에 대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며칠 낼 복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구에 최소 한 두달은 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격을 받은 지역은 검은 연기가 위성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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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트럼프’ 지우는데…“내게 투표해달라”
트럼프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마이클 왓틀리 후보를 지지해달라면서도 “투표하러 갈 때 내가 후보 명단에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선거를 자신의 브랜드로 치르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단상엔 테러 등을 우려해 방탄 유리가 설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WP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10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공화당의 트럼프 언급 빈도는 연초 16%에서 이달 들어 9%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에 대한 언급을 삭제한 경우도 확인됐다. 트럼프는 논란 속에서도 선거에 승리하면 전국민에게 5000달러(약 683만원)를 지급한다는 현금 살포 공약까지 제시했지만, 다수 후보들은 전대 참석을 거부했다.
트럼프와 거리두기에 나선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 후보들의 게시물에서 트럼프가 언급된 비율은 20%로, 공화당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를 언급할수록 손해를 보고, 민주당은 반대로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한 지원 유세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케네디 센터와 관련된 사진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케네디 센터를 '트럼프 센터'로 개명하려 했다가 법원의 제동에 직면하자, 리모델딩 등을 이유로 해당시설을 2년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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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 낙인 찍기…여론조사 열세
트럼프는 민주당을 급진세력으로 모는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도 민주당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며 “민주당은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집을 털고 국경을 침범하며 사람을 살해하는 자들에게 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보 로이 쿠퍼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대해선 “살인자이자 범죄자 옹호자”라고 맹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의 개스토니아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상원의원 선거 후보로 출마한 공화당의 마이클 왓틀리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현역 톰 틸리스 상원의원을 사실상 정계 은퇴로 내몬 뒤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 왓틀리 후보를 앉혔다. 트럼프는 이날도 “나는 (후보로)누구든 고를 수 있었지만 왓틀리를 선택했다”며 그와의 친분을 과시했고, 왓틀리는 “트럼프는 우리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화답했다. 공화당은 2008년 이후 이곳 상원의원 선거에서 진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지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쿠퍼 후보가 왓틀리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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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당장 내리라”…동맹에 ‘무역 중단’ 위협
한편 인플레이션에 이은 이자 부담이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이날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연준 이사회를 향해 “금리를 낮추라. 서둘러서!”라는 SNS 글을 올려 강하게 반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연준은 이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미국의 국고채 금리 급등에 이어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유권자들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에 반대해온 제롬 파월 전 의장을 사실상 강제로 교체한 뒤 케빈 워시 현 의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워시 의장 역시 이란전쟁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금리인상을 막지 못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한 것을 두고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여러 품목에 대해 유럽과의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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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조기 휴회…‘헤그세스 탄핵’ 방지용?
선거의 연이은 악재에 직면한 미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당초 일정보다 일찍 7주간의 휴회를 결정했다. 의회가 선거 때까지 문을 닫으면서 17일로 예정됐던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 대한 탄핵안 표결도 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헤그세스에 대한 탄핵 결의안은 트럼프와 갈등을 빚어온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켄터키) 의원이 추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청사(펜타곤)에서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탄핵 표결을 피하기 위해 조기 휴회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헤그세스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NBC는 “이란전쟁과 헤그세스에 불만을 가진 경합지역 의원들에게 탄핵 표결이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탄핵안에 반대하는 투표를 할 경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