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임신중지약 두고 나뉜 국회 “삼권분립 위반” vs “의미있는 진전”

중앙일보

2026.09.16 23:2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건복지부 장·차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삼권분립 위반”(조배숙 국민의힘 의원)과 “의미 있는 진전”(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먹는 임신중지약을 두고 팽팽한 의견차를 보였다.

국회 복지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정부가 내년 1분기 도입 방안을 발표한 임신중지약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 약은 임신 9주 이내 여성에게 사용하되,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 만에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가 허용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약 품목허가보다 낙태 관련 입법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조배숙 의원은 “(임신중지약은) 국민 기본권과 관련 있다. 이 약을 쓰면 태아가 죽는다”면서 “이건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하고, 단순한 허가의 문제가 아니다. 법률로 해야 할 걸 행정부가 자의적 해석으로 밀어붙이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달희 의원도 “대통령이 신호등을 다 끄고 자동차가 막 달리라고 말하면 막 달리면 되나”라면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약 품목허가·낙태죄 입법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고, 행정부 단독 허가는 사실상 국회의 입법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에선 여성 건강권 등을 위한 임신중지약 도입을 긍정 평가하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남인순 의원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 “모자보건법·형법 등도 법적 정비를 해야 한다. 약사법도 정비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매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식약처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7월에 (약 도입 검토) 발언을 했지만, 이미 그 전에 당정 협의, 국감 등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식약처장이 계속 법을 개정하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식약처가) 허송세월한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라도 신속히 약물 허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임신중지약 도입 초기 ‘접근성’ 문제를 짚으며 건강보험 적용 시점 등을 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도입 초기 원내 처방·조제 원칙은 이용자 접근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여러 이유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 음성화 부추기는 것 아니냐”면서 “(시작은) 비급여로 한다는 건데 가격은 의료기관이 정하니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이용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식약처는 임신중지약 도입과 관련해 별도 임상시험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한국 여성 대상 가교시험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일본, 유럽, 미국 등 약 100개국 다양한 인종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가교시험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가교시험은 외국에서 개발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을 한국인 대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정종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