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6 한·중 수소 정책 포럼'에서 홍은희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부사장)은 “단기적인 보급 속도만 평가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이 형성될 때까지 기술과 시장을 함께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원을 촉구했다. 고석현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다시 한번 ‘수소 에너지’ 활성화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선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수소가 다시 각광받는 건 전기차·하이브리드차가 장거리 운행이나 중대형 운송에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에서 한국수소연합 주최로 ‘2026 한·중 수소 정책 포럼’이 열렸다. 중국에선 수소 에너지가 자동차(수소전지차·FCEV) 연료를 넘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등 산업군으로 확장하는 모습이 국내 상황과 대조를 이뤘다.
양푸위엔 칭화대 교수는 “수소에너지는 전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활용성을 높이고 보급 확대를 뒷받침하는 보완적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팡하이펑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 수석전문가는 “향후 교통을 넘어 산업·에너지 분야까지 수소 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안후이성에서 시민들이 수소연료전지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의 수소 연료전지 생산시설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국내에선 현대차그룹이 수소전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넥쏘’와 수소전지트럭 ‘엑시언트’ 등을 내놓고, 지난 2월 전북 새만금에 인공지능(AI) 수소 시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홍은희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부사장)은 국내 시범사례를 소개하며 “단기적인 보급 속도만 평가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이 형성될 때까지 기술과 시장을 함께 육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기업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소에너지 분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며 “수소가 모빌리티 연료를 넘어 에너지 다변화의 관점의 역할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현대차의 수소전지차 '넥쏘'. 사진 현대차
일본 토요타의 수소전지 기반 픽업트럭 ‘하이럭스’. 사진 토요타
유럽에서도 수소 모빌리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 3대 모터쇼로 꼽히는 독일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수소전지 기반 픽업트럭 ‘하이럭스’를 2028년 유럽 등에 상용차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요타는 또 상용차 회사인 스카니아(스웨덴)와 이베코(이탈리아) 등에 수소전지 시스템을 공급해 수소 생태계를 넓히기로 했다. 독일 다임러트럭은 항속거리(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의 최대운행거리) 1000㎞가 넘는 액체수소 기반 대형 트럭을 공개했고, 볼보도 2030년 수소엔진 트럭 출시계획을 밝혔다.
수소전지차는 기존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대용량 배터리 탑재에 따른 중량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장거리 운행 차량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수소차 전략’ 공통분모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다. 차고지·물류거점 등 정해진 노선을 반복해서 오가기 때문에 전국에 충전소를 촘촘하게 구축하지 않고도 거점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중구에서 '2026 한·중 수소 정책 포럼'이 열렸다. 사진 한국수소연합
전문가들은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한 모델 검증이 활성화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황윤주 한국수소연합 정책지원실장은 “수소가 필요한 분야를 선별하고 대체 불가능한 수요처 중심 시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며 “중국 사례처럼 전 과정 통합 실증을 통해 사업성을 검증하고, 검증된 모델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