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와 법원 간 갈등의 중심이 됐던 남북교류협력법 헌법소원 결론이 청구 4년 3개월 만에 나왔다.
헌재는 17일 통일TV 대표 진천규씨가 청구한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북한 물품을 반출·반입하려면 품목, 거래형태 등에 대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
법원이 헌재에 “재판지연 사유 밝히라” 의견 요청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중앙포토
이 사건은 지난 6월 법원이 헌재에 재판소원 심리 지연 사유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주목받았다. 진씨의 형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형사수석부장 전보성)는 지난 6월 17일 “헌재의 부작위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 심사를 개시했다”며 헌재에 재판소원 심리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진씨는 2018년 8월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 서적· 영상자료 등을 반입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5월 1심 재판부는 진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진씨는 항소하며 같은 해 6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진씨는 “해당 조항은 목적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물품의 반입에 통일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며 “행동자유권, 재산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2심을 맡게 된 형사항소50부는 2022년 7월 첫 공판기일 이후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되는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리며 약 4년간 대기했다. 헌재는 헌법소원 접수 한 달 뒤인 2022년 7월 사건을 심판에 회부해 같은 해 8월 18일 검토를 개시했다. 그러나 약 3년 10개월간 별다른 심리 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 4월 22일에야 통일부장관에게 사실조회를 했다.
그러자 형사항소50부는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형사재판도 늦어졌다”며 헌재에 설명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6월 12일 헌재에 의견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재가 당사자에게 (헌법소원)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피고인이 긴 기간 확정되지 않은 법적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지난 3월 재판소원법 시행 이후 법원이 ‘헌재의 기본권 침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헌재는 법원의 의견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의견서 요청 3개월만 선고…재판관 8대 1로 “합헌”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재판소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는 모습. 뉴스1
이날 선고는 형사항소50부가 요청서를 제출한 지 3개월 만이다. 합헌 의견을 낸 8인의 재판관은 “남북관계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남북한 사이의 민감하고 특수한 관계와 국제관계의 복잡성에 비춰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승인 반입 행위를 형사제재로써 규율하는 게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결정에는 정계선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정 재판관은 북한 방문 중 예상치 못하게 물건을 취득하는 경우 사전 승인 신청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취득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며 국가 안보 등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물품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형사항소50부는 지난달 24일 2차 공판에서 “독일 연방헌재법에는 재판 지연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도 없다”고 공개 지적했다. 3차 공판기일은 오는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