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력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에너지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만나 “아태 지역의 에너지 공급망 회복력을 위한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동전쟁으로 인해 각국이 화석연료 의존으로 회귀하고, 원자력 발전 의존도도 높아지는 추세”라며 원전에 관한 IEA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비롤 총장은 “프랑스·스웨덴·영국·네덜란드 등에서 기존 원전의 보전과 함께 신규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의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나, 원전도 보조적으로 운영되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비롤 총장의 답변에 별다른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을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와 전력망 확충을 중심으로, 예정된 신규 원전과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4월 이후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는 지난해 11월 계속 운전을 허가받아 지난 4월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경북 영덕군에 대형 원전 2기(총 2.8GW), 부산 기장군에 SMR 1기(0.7GW) 건설 부지를 선정하고 2035~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확정된 신규 원전 계획을 폐기하지 않고 이어받은 건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롤 총장은 또 “각국이 최대한 많은 양의 전력을 자국 내에서 생산해 해외 화석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자 노력 중”이라며 “전기화를 통해 에너지 주권 확보, 경제 안보 강화,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튀르키예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1차 당사국 총회에서 2035년까지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전기의 비중을 현재의 23%에서 35%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많은 국가가 동참한다면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변화도 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송 부문의 주력이 되면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반이 탄탄한 한국이 교통 부문 전기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비롤 총장은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석차 방한했다. 한국은 2024년부터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IEA와 공동 주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