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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안 들었는데…제로 음료도 부담금 내라?

중앙일보

2026.09.17 08:02 2026.09.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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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사이다 등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설탕세’ 논쟁이 ‘제로 음료’로까지 번지고 있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대체당 음료까지 부과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다. 만성질환을 줄이고 의료비 지출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찬성론과, 대체재까지 과세권에 넣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17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설탕·시럽 등 첨가당이 든 음료에 함량 구간별로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고, 이를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법안이 2건(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발의된 상태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화두로 던진 뒤 연이어 발의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후 최근 김윤 민주당 의원이 기존 첨가당뿐 아니라 대체당 음료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오랫동안 준비한 법안인 만큼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 의원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당 5g 이상 10g 미만인 음료에는 L당 250원, 10g 이상에는 500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350㎖ 콜라 한 캔(당류 37g)의 부담금을 계산해보면 175원이다. 같은 제품에 김선민 의원안은 105원, 이수진 의원안은 38.5원이 붙는다. 제조업체가 부담금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2200원(편의점 기준)인 콜라 한 캔 가격이 최대 175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김윤 의원안은 대체당 음료에도 L당 최대 50원의 부담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단맛 자체에 대한 선호를 낮춰 저당(低糖)·무가당(無加糖) 음료 생산을 적극 유도한다는 취지다. 징수한 부담금은 저당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전환을 지원하는 데 쓰이도록 설계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세수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음료 저당화를 통해 만성질환을 줄이고 건보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조세 역진성이다. 상대적으로 가당음료 소비량이 많은 저소득층에 비교적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정란 명지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가당음료 330㎖ 한 캔에 99원(김선민 의원안)의 부담금이 붙는다고 가정하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소득 대비 연간 부담률은 5분위(상위 20%)의 8.4배에 달했다. 1년간 내는 부담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득 하위 20%가 상위 20%보다 크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 하루 평균 총당 섭취량은 2016년 67.9g에서 2023년 59.8g으로 감소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제로 음료 수요 증가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건강 관리 흐름”이라며 “대체당까지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만큼 규제의 비용과 편익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약 116개국이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운영하며 이 중 85개국은 대체당 음료도 포함한다. 영국은 2018년 제도 도입 후 과세 대상 음료의 설탕 함량이 평균 47% 줄었다. 반면 태국은 음료 가격이 11% 올랐지만, 소비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국가별로 소비문화와 산업구조가 다르므로 국내 사정을 면밀히 고려해 제도 도입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물가 상승 부담 등을 인식해 신중한 기류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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