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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의 마켓 나우] 스웨덴은 투 트랙, 한국은 양극화

중앙일보

2026.09.17 08:04 2026.09.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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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인구가 1060만 명인 스웨덴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인구당 유니콘 최다 배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은 나라가 큰 기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큰 기업이 다시 작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음악 스트리밍 시대를 연 스포티파이와 생성형·에이전틱 AI 시대를 주도하는 리걸테크 기업 레고라가 그 주역이다. 이 두 기업을 축으로 1세대가 축적한 자본과 인재가 2세대 딥테크 및 AI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 이른바 ‘플라이휠 생태계’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플라이휠 생태계란 자본과 인재, 기술이 서로를 밀어주며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다. 스웨덴의 IT·AI 산업은 스포티파이 같은 소비자 플랫폼에서 레고라 같은 고부가가치 엔터프라이즈 AI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인재 공급 방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 각지의 우수 인재를 끌어모아 주 80시간을 넘나드는 고강도 노동과 두둑한 스톡옵션으로 유니콘을 찍어내는 곳이라면, 스웨덴의 방식은 결이 다르다. 왕립공과대학교(KTH)와 샬머스 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학 인재풀, 스포티파이 출신 인재들의 창업 순환, 대학과 테크 기업의 긴밀한 산학 협력이 그 바탕이다.

한국의 인재 양성 체계는 ‘의대·치대·약대·수의대 대(對) 나머지 학과’, ‘서울권 대 비서울권’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양극화된 지 오래다. 그 결과 이공계 인재가 창업과 기술혁신의 중심으로 진입할 기회도 줄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다시 그 중심으로 불러들일지, 그 답의 실마리를 스웨덴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스웨덴 특유의 ‘투 트랙(dual track) 경제’다. 이케아·볼보·에릭슨으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과 리테일이 스포티파이·레고라로 대표되는 신흥 테크 및 AI 산업과 함께 경제 부흥을 이끄는 구조다. 전통 제조업은 대규모 고용, 막대한 현금흐름, 안정적 실물 자산 성장, 견고한 글로벌 공급망을 떠받치는 경제의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한다. 반면 신흥 테크 및 AI 산업은 높은 자본 생산성과 고부가가치 지식재산(IP), 글로벌 벤처 자본 유치, 국경 없는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와 에이전틱 플랫폼 확장을 이끄는 상방 성장 동력이 된다.

우리나라도 반도체·조선·2차전지 등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테크·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투트랙 경제가 필요하다. 제조업과 AI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제조업 위에 AI를 세워야 한다. 스웨덴이 보여주는 것은 산업의 교체가 아니라 성공의 재활용이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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