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윤정민(24)씨는 최근 카페에서 차(茶) 음료를 고르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커피를 우선했던 예전과 달리 그날 기분이나 만나는 사람에 따라 밀크티나 과일차를 고르기도 한다.
20·30대 여성의 카페 소비가 달라지고 있다. 커피 중심이던 선택지에 말차·밀크티·과일차 등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더해지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중국·대만에서 성장한 ‘신차음(新茶飮)’ 브랜드들도 잇따라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신차음’은 중국 차 음료 업계에서 찻잎을 우린 차에 과일·유제품 등을 더해 즉석 제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 음료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화권 차 브랜드의 음료들. 원차의 향을 강조한 밀크티부터 과일·토핑·건강 이미지를 내세운 메뉴까지 브랜드마다 서로 다른 취향을 공략한다. 사진 이지영 기자
차 전문점에 대한 젊은 여성의 호응은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오픈서베이가 전국 만 20~59세 남녀 2000명을 조사한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헤이티·차지·차백도 등 주요 신차음 전문 카페의 지속 이용 의향은 20~30대 여성 집단에서 40~50%대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차 계열 음료 자체의 성장세도 확인된다. 편의점 GS25의 올해 상반기 밀크티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1% 증가했고, 스타벅스에서도 지난해 20대 고객의 티 음료 구매량이 20% 늘어 전체 티 음료 증가율 8%를 크게 웃돌았다. 편의점과 카페라는 차이는 있지만 커피 외 차 음료를 찾는 소비가 여러 채널에서 늘고 있다.
밀크티는 이미 낯설지 않다
중화권 차 브랜드가 빠르게 자리를 넓힐 수 있는 배경으로 20·30대가 이미 밀크티와 과일차에 익숙하다는 점도 꼽힌다.
해외여행과 유학, SNS 등을 통해 중국·대만·동남아의 차 음료를 접할 기회가 늘었고, 국내에서도 공차 등 버블티 브랜드가 자리 잡아왔았다. 새로 들어오는 차 브랜드가 완전히 낯선 음료는 아닌 이유다. 차지의 경우 국내 진출 전부터 아이브 장원영이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알려지며 이른바 ‘장원영 밀크티’로 이름을 먼저 알리기도 했다.
차 전문 카페에 대한 20·30대 여성의 지속 이용 의향이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젊은 여성층이 초기 차 전문 카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진 차지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서정(34)씨는 “원래 밀크티를 좋아해 예전부터 자주 마셨다”며 “해외에서도 현지 밀크티를 찾아 마시는 편인데, 요즘은 국내에도 다양한 차 브랜드가 들어와 브랜드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매일 마시는 건 아니어서, 이왕이면 현지 맛을 살린 메뉴를 고르는 편”이라고 했다.
소비자의 관심도 ‘밀크티를 마셔봤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어떤 찻잎을 썼는지, 과일이나 크림을 무엇과 조합했는지, 어느 브랜드가 어떤 맛을 내는지도 비교한다. 과거 차 음료가 버블티 중심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브랜드와 원재료에 따라 골라 마시는 카페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버블티 하나에서 원차·과일·웰니스로
차 음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메뉴 다양화 양상도 뚜렷하다. 과거 대만식 버블티가 타피오카 펄과 강한 단맛으로 대중화됐다면, 최근 차 브랜드들은 차의 향과 원재료, 브랜드별 다양한 레시피를 앞세운다. 자스민·우롱·홍차에 우유와 과일을 섞고 크림·치즈폼, 펄·젤리 등을 조합하며 당도와 얼음 양도 직접 고르는 식이다.
브랜드마다 겨냥하는 취향도 서로 다르다. 차지는 자스민·우롱 등 차 베이스의 향을 강조한 메뉴를 앞세운다. 차백도는 과일과 펄·젤리 같은 토핑을 활용하고, 헤이티는 생과일과 치즈폼을 결합한 디저트형 음료를 선보인다. 아운티제니는 케일·사과 등 채소와 과일 원료를 활용한 메뉴도 내놓고 있다. 원차·과일·디저트·웰니스 등 브랜드마다 강조하는 영역이 달라지면서 차 시장 안에서도 취향이 세분화하는 모습이다.
차백도의 ‘망고 포멜로 사고’. 망고와 포멜로, 사고 등 과일과 토핑을 한 잔에 담은 디저트형 음료로, 맛과 조합을 직접 고르는 ‘마시는 디저트’ 소비를 보여준다. 사진 이지영 기자
김좌현 차지코리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서 차를 커피와 함께 일상적으로 마시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새로운 해외 브랜드라는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반복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커피를 버린 게 아니다…카페 문화 다양화로 해석
그렇다고 차 음료의 확산을 커피 소비의 쇠퇴로 보기는 어렵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최근 한 달간 메가커피와 스타벅스 이용률은 각각 71.0%, 69.2%로 여전히 높았다. 차 전문 카페 이용자 10명 중 6명은 기존 카페 이용을 중단하지 않고 차 전문점을 추가로 이용했다. 커피를 차로 대체하는 흐름이 아니라, 카페와 같은 공간 소비를 또 다른 음료로 넓히는 현상에 가깝다.
중국 티 브랜드 차지(CHAGEE) 매장 내부. 자스민·우롱 등 찻잎을 직접 우려낸 음료뿐 아니라 프리미엄 인테리어와 공간 경험까지 내세우며 커피 중심이던 국내 카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 차지
차 음료의 다소 높은 가격도 차가 커피의 단순 대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지·차백도·다밍·아운티제니 등의 주요 제품은 대체로 5000~7000원대이며, 헤이티는 6000원대 후반에서 7000원대 중반까지 형성돼 있다. 이는 2000원대 저가 커피보다 비싸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대만 티 브랜드 다밍의 아보카도 크림 티. 차 위에 아보카도 크림을 더하는 등 기존 버블티보다 차와 원재료의 조합을 강조한 메뉴가 최근 ‘신차음’의 특징이다. 사진 다밍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달콤한 음료와 토핑, 색감과 컵 디자인까지 즐기는 ‘마시는 디저트’의 성격도 강하다. 신차음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단순한 ‘밀크티 유행’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밀크티에 익숙한 2030을 중심으로 차 음료가 하나의 카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관건은 중국과 대만에서 먼저 다양해진 차 시장이 한국에서도 독립된 카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다. 경쟁은 이미 ‘한번 먹어보는 밀크티’ 단계를 넘어, 반복해서 찾는 한 잔을 만드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