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The Balvenie)가 브랜드 내 최고령 위스키인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을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S50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미술가 다니엘 아샴이 제작한 조각 작품에 어우러진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 17병만 생산됐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1931년 캐스크에 담아 88년간 숙성한 제품으로, 발베니 역사상 가장 오랜 숙성 기간을 기록했다. 이 술은 ‘지금이 완벽함에 도달한 순간’이라 생각한 발베니 몰트 마스터 켈시 맥케크니의 판단에 따라 2019년 병입됐으며, 이번 서울 행사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미술가 다니엘 아샴이 제작한 조각 작품에 어우러진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 17병만 생산됐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발베니 측에 따르면 1931년은 대공황의 여파로 전 세계 위스키 산업이 불황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스코틀랜드의 여러 증류소가 문을 닫는 상황이었지만 발베니는 생산을 이어갔다. 보리를 바닥에 펼쳐 싹을 틔우는 전통 방식인 ‘홈 몰트 플로어(Home Malt Floor)’도 이 무렵 시작했다. 캐스크 역시 철저하게 관리됐다. 88년의 긴 시간 동안 온전하게 숙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세대에 걸친 장인들의 손길이 있었다.
88년의 시간, 조각으로 재해석하다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 공개 행사에는 맥케크니와 함께 현대 미술가 다니엘 아샴이 참석했다. 시간과 물질의 변화를 주제로 창작 활동을 벌여온 아샴은 이번 88년산 제품을 매개로 오랜 세월을 견딘 유물을 연상시키는 조각 작품을 완성했다.
발베니 1931 컬렉션 88년 공개 행사가 열린 서울 성수동 소재 S50 전경.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작품 앞쪽은 파티나 처리를 한 브론즈 8개 층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층은 10년의 세월을 의미한다. 뒤쪽에는 오크 88개 층으로 쌓고, 그 가운데에 발베니 증류소에서 사용했던 증류기의 구리판 조각을 넣었다. 발베니의 역사를 이루는 일부를 작품에 직접 활용해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 참석한 몰트 마스터 켈시 맥케크니(왼쪽)와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아샴은 “고대의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동시대적인 무언가, 다시 말해 시간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며 “여러 세대에 걸쳐 자신의 기술을 지키고 다듬어온 사람들이 빚어낸 정신을 발베니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이번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다섯 가지 희귀한 기술로 술을 빚다 발베니가 한 캐스크에서 88년간 숙성한 위스키를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증류소가 초창기부터 지켜온 철학인 ‘다섯 가지 희귀한 기술(Five Rare Crafts)’이 있다. 첫 번째는 직접 재배한 보리(homegrown barley)로, 발베니는 증류소 인근에서 직접 보리를 재배해 위스키의 주요 원료로 사용한다. 두 번째는 보리를 바닥에 펼쳐 싹을 틔우며, 장인들이 손으로 보리를 뒤집어 관리하는 것으로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이라 부른다.
‘플로어 몰팅’을 상징하는 전시 공간. 행사 기간 중 이 곳에서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세 번째는 증류소에 상주하는 쿠퍼들이 오크통을 직접 제작하고 상태를 직접 관리하는 인하우스 쿠퍼리지(in-house cooperage), 네 번째는 구리 증류기를 점검하고 보수해 증류 안정성을 유지하는 코퍼스미스(coppersmith)다. 마지막은 몰트 마스터(malt master)다. 숙성 중인 원액을 지속해 확인하며 원액이 가장 좋은 상태에 도달하는 시점을 판단하는 직관을 가진 마스터를 의미한다. 발베니는 이 다섯 가지 장인 기술을 고수하며 술을 빚는다. 기계화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위스키 산업에서 이 같은 수작업 방식을 생산 과정 곳곳에 유지하는 증류소는 드물다.
행사장 내에 마련된 테이스팅 공간. 보리를 활용한 실내 장식이 인상적이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88년의 풍미를 이어가는 ‘12년’ 발베니는 ‘1931 컬렉션 88년’ 공개와 함께 ‘1931 컬렉션 12년’도 선보였다. 88년 제품이 지닌 장인 정신과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한정 제품이다. 12년 역시 발베니 증류소에서 100% 플로어 몰팅한 보리를 사용해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다.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발베니 1931 컬렉션 12년’(오른쪽). 88년 제품(왼쪽)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이후 88년 제품 원액과 동일하게 스페인 헤레스 지역에서 들여온 유러피언 오크 셰리 버트에서 추가 숙성을 거쳐 완성한다. 달콤한 꿀의 풍미를 바탕으로 스파이스, 크리미한 바닐라가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발베니 하우스가 만드는 술의 고유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패키지는 다니엘 아샴이 제작한 조각 작품의 색과 질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행사 기간 중에는 발베니가 선보이는 여러 연산의 위스키도 전시됐다.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