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18일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연합훈련 ‘퍼시픽 뱅가드 2026’에 반발하며 자신들의 주권·안보가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실질적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통해 비핵화 불가,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같은 북·미 대화의 조건을 제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파괴하려는 미국의 광란적인 군사적 행위는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우리의 주권 수호 의지는 더욱 명백한 행동으로 표현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괌 인근 해상에서 한국과 일본 등이 참가한 ‘퍼시픽 뱅가드 2026’을 실시한 것에 대해 “저들이 주요 적수로 간주하는 대국들이 집중되여 있는 아·태 지역에서 배타적 진영의 군사적 힘에 의거하여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기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실시된 미국 주관의 다국적 연합훈련인 ‘코브라 골드’, 연합공중훈련 ‘피치 블랙’,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슈퍼 가루다 실드’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각양각태의 군사연습들에 일본과 한국이 빠짐없이 동참하고 있는 불유쾌한 사실은 미국을 위시한 호전적인 군사적 움직임이 본격적인 가동 상태에 있는 미·일·한(한·미·일) 3자 군사공조 체제를 기축으로 하여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견제구를 날리는 동시에 자신들의 핵 무력 강화 기조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 주도 훈련을 “주요 적수로 간주하는 대국들(중·러)을 겨냥한 진영 대결”로 규정하면서 북·중·러 진영 연대에서의 입지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김여정은 현 상황과 관련해 “행동 실천상 대조선 적대성의 신기록들이 창조되고 있는 현 상황은 우리의 비례성 또는 그를 능가하는 공세성을 띤 반응 행동에서도 신기록이 창조되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적들의 군사적 준동으로 국가의 최고 이익과 군사주권, 지역의 안전 환경이 엄중히 침해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공화국(북한) 무력은 헌법적 의무에 따른 조항들을 발동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헌법적 의무에 따른 조항’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한 「핵무력정책법」 제6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향후 감행할 군사적 행동을 ‘미국의 위협에 대한 비례적·공세적 응수’로 포장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면서“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압박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