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기업을 합친 공공부문의 적자 규모가 지난해 83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법인세·소득세 등 세수는 회복됐지만, 민생 지원과 공공주택 투자 등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수지(총수입-총지출)는 83조1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69조1000억원)보다 적자 폭이 14조원 늘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최대 적자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6년 연속 적자이기도 하다. 공공부문계정은 중앙·지방정부뿐 아니라 사회보장기금과 공기업까지 포괄해 공공부문 전체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통계다.
지난해 공공부문 총수입은 119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3조원(4.7%) 증가했다. 기업 실적 개선에 따라 법인세가 늘고 소득세와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등도 증가했다. 하지만 총지출은 이보다 많은 67조원(5.5%) 늘어난 1275조2000억원이었다. 수입이 늘었지만, 지출 증가 폭이 이를 14조원 웃돈 셈이다.
이현영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지난해에는 13조5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소비쿠폰을 포함해 민생 안정을 위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민간으로의 이전지출이 크게 늘었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와 의료 정상화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 등으로 정부 소비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중앙정부 적자는 83조8000억원에서 90조1000억원으로 늘어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방정부 적자는 중앙정부 교부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15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줄었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금 흑자는 41조8000억원에서 32조원으로 축소됐다. 고령화로 연금과 건강보험 급여 등 사회수혜금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일반정부 전체 적자는 60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적자 비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4.4%보다는 낮았다.
공기업도 적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포함된 비금융공기업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재료비 등은 줄었지만, LH 등 주택 관련 공기업의 공공주택 건설과 임대주택 매입이 늘면서 적자가 16조7000억원에서 22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공기업도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입 감소 등으로 5조1000억원 흑자에서 9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팀장은 “지난해에는 정부의 민간 이전지출과 공기업의 주택 관련 투자가 주요 적자 요인이었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이 크게 늘어 올해는 적자 폭이 줄고, 내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