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옛 염강초 부지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건립에 반대하자 조명숙 교장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북한 이탈 가정의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인 서울 여명학교 교사 신축 사업이 지역 주민 반대로 연기될 가능성이 생겼다. 2004년부터 서울 관악구와 은평구를 전전하던 여명학교는 2023년부터 강서구에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운동장에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최근 지역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강서구 여명학교 회의실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조명숙 교장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품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설명회는 주민과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건립 반대 비대위 소속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은 임시사용 약속 지켜라’ ‘주민 동의 없는 여명학교 건립 결사반대’ ‘아이들을 위한 유아시설 변경 즉각 철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일부 주민들은 조 교장에게 다가가 “얘들을 데리고 나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폐교 부지에 여명학교 대신에 유아 체험 시설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말 서울시의회 심의를 앞둔 여명학교 건립 관련 관리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착공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교사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문식 여명학교 이사장(왼쪽부터)과 정근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성김 현대차그룹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명학교는 2023년 3월부터 현 위치인 강서구 옛 염강초 건물을 빌려 운영해왔다. 내년 2월 사용 기간 만료를 7개월 남기고 지난 7월 교사 건립을 위한 관계기관 간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업무협약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여명학교가 자리 잡은 염강초 부지를 제공하고, 현대차는 사업비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부도 행정·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비대위 측은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당초 해당 부지에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과 함께 유아체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염강초 폐교 이후 계획대로 진흥원만 들어와야 유아 교육에 유리한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20년간 모은 후원금 100억원을 모두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한 뒤, 학교를 교육청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4층 높이로 지어 원래 설계보다 넓힌 장소에 진흥원과 학교가 같이 들어설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주민들이 원하는 교통·소음·보행 등에 대한 요구 사항과 주민편의시설 설치 의견을 살펴보고, 소규모 주민 간담회를 통해 이를 수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서구에는 지난 2017년에도 옛 공진초 자리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바 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탑신초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학부모가 무릎을 꿇은 채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