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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버티는 자 ‘영광의 배지’ 받는다…티켓 전쟁 터진 이 영화

중앙일보

2026.09.18 00:11 2026.09.1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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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탄탱고'의 한 장면. [사진 찬란]

영화 '사탄탱고'의 한 장면. [사진 찬란]


“사탄탱고 다 본 사람 배지 받았습니다.”

러닝타임만 7시간 넘는 대작 ‘사탄탱고’(1994)가 사실상 매진 행렬을 하며 극장가에 잔잔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올해 작고한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가 연출한 작품으로, 흑백 화면에 매우 긴 롱테이크 장면으로 채워진 극단적인 ‘슬로 시네마’로 유명하다. 영화를 본 관객이 받는 ‘사탄탱고 다 본 사람’ 배지는 영화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탐나는 굿즈’로 떠올랐다. 배지 인증 사진과 함께 감상평을 올리면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마치 공산주의가 몰락하던 시기의 헝가리 시골에 내가 실제 들어간 느낌이었다”(온라인 관객 후기)
공산주의가 붕괴하던 시기 헝가리의 황폐한 집단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원작이다.

대작이지만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극장에 자신을 감금하다시피 한 상태로 자극 없는 화면과 느린 전개를 따라가야 한다. 등장인물이 황량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상당히 긴 시간 따라가는 등 오늘날 영화의 빠른 스토리 전개와 정반대다.

헝가리의 영화 거장 벨라 타르 감독. [AFP=연합뉴스]

헝가리의 영화 거장 벨라 타르 감독.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티켓 구하기는 쉽지 않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사탄탱고’가 재개봉한 16일 좌석 판매율은 96.7%에 달한다. 러닝타임 439분, 두 차례의 쉬는 시간(인터미션)을 포함하면 8시간가량 극장에 묶여 있어야 한다. 이날 ‘사탄탱고’는 서울 연희동의 소형 예술 영화관 라이카시네마 1개관(40석)에서 24시간 동안 3회 상영됐다. 티켓값은 3만5000원. 마지막 상영은 오후 11시 40분에 시작하는 밤샘 일정이지만, 총 120석 중 116석이 채워졌다.

앞서 12~13일 CGV에서 진행한 ‘언택트톡’ 상영회 좌석 판매율은 각각 89.3%(12회), 98.4%(4회)를 기록했다. 8시간 가량 영화를 본 뒤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언택트톡(영화 해설 영상)까지 보면 총 10시간이 소요되는 일정이다. 티켓값은 3만7000원. 영화 배급사 찬란에 따르면, 언택트톡 티켓은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배급사와 극장 측 모두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고 입을 모았다.

CGV는 19~20일에 ‘언택트톡’ 앙코르 상영회를 추가로 연다. 서울 3개 상영관은 장애인석을 제외하고 매진됐고, 경기권 2개관도 일반석 2~4개석만 남았다.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봐야 할 숙제 같은 영화인데다, 극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요즘 관객의 수요가 맞물리며 예상을 뛰어넘는 열풍이 일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층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그것을 SNS 등에 인증해 소통의 소재로 삼는다”며 “이런 수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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