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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준천부터 우주 쓰레기까지…버려진 것들의 과학[BOOK]

중앙일보

2026.09.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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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곽재식 지음
문학과지성사


그동안 쓰레기 문제를 다룬 책은 많았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거나 지구의 파멸을 경고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환경공학자이자 SF 소설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쓰레기는 가장 비루한 것이지만, 문명의 가장 마지막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쓰레기 속에서 물리학부터 우주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기술의 폭넓은 세계를 발견한다.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쓰레기를 들여다본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저자는 인류가 문명을 유지하는 이상 쓰레기 배출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우리가 매일 버리는 플라스틱과 음식물 쓰레기부터 우주 쓰레기까지 온갖 종류의 폐기물들을 과학과 역사적 맥락에서 풀어낸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1부 ‘땅에 묻기’에서는 우주 쓰레기, 난지도 등 버려진 것들이 향하는 곳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2부 ‘재활용하기’에서는 버려진 것이 다시 쓰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SF 작가 특유의 재치와 스토리텔링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과학적 사실들을 막힘없이 읽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조선시대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풍수지리 논쟁이나 영조가 청계천 바닥을 판 준천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영조가 막대한 비용을 들인 준천 사업의 성과가 채 20년을 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과정을 추적하며 쓰레기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저자의 관심은 지구 밖으로 던져진 우주 쓰레기까지 향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1만대가 넘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로켓을 우주로 발사했다. 그 결과 90만개가 넘는 금속 파편이 쓰레기가 돼 지구 주변을 떠돌고 있다. 그는 우주 쓰레기의 충돌 위험 때문에 우주로 나가는 길이 막혀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당위적 구호에서 벗어나 과학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쓰레기를 찾아내고 분류하고 처리해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도구로 그려진다. “고고한 생각 속에 더러운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쓰레기 문제의 해법은 냉철한 과학적 접근에 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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