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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쟁에 관여·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북·미대화엔 “어렵지만 불가능 단정할 수 없어”

중앙일보

2026.09.18 01:11 2026.09.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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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전쟁 지원 목적의 군 자산 파견에는 선을 긋되, 국민 안전과 자원 확보를 위한 활동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그런 형태의 군 자산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11월 파병을 염두에 두고 실무 검토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 파병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서도 반대 여론을 의식해 파병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류가 읽힌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투 위험이 상당히 낮아진 뒤 안정화 및 항행 안전 임무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계 국가나 국제사회와 협의할 수 있지만 국익에 기초해 내려야 할 우리의 결정”(지난 17일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라는 기존 정부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를 거론했다. “이미 청해부대가 파견돼 해적 등의 국민 안전 위협에 대응하고 있는데 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검토하고 고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다.

앞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2020년 사례처럼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확대해 호르무즈해협 안정화 임무에 투입하는 방식의 우회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 같은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청해부대는 최근 우회 항로인 홍해를 통과한 한국 유조선을 원거리에서 여러 차례 호송 지원하는 등 실시간 안전 모니터링을 맡기도 했다.

청해부대의 임무는 아덴만 해역 일대의 해적 퇴치와 우리 국민·선박 보호다. 임무의 성격 자체를 변경하려면 국회 동의가 새로 필요하지만, 기존 임무를 유지한 채 우리 선박과 선원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작전 구역만 확대할 경우 2020년처럼 별도의 국회 동의 없이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 같은 방식이 국회 동의권을 우회하는 ‘편법 파병’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군사적 활동을 위해서는 ‘허용적(permissive)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영국, 프랑스 등의 입장을 인용했는데 국제적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병철 교수는 “허용적 상황은 ‘전쟁이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라 한국 함정이 호르무즈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의 참전으로 전환되지 않는 작전환경이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자회견에선 우리 상선의 홍해 진입 검토를 지시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상선들이 홍해에 진입하지 않다 보니 전쟁 초기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낮은 단계의 위험을 이유로 원유 수송을 포기하면 경제에 너무 큰 타격이 있으니 홍해 진입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가 책임질 일”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해협 대신 홍해 항로를 우회로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참전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 선언보다는 ‘참전은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기여는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현실 인식에 가까워 보인다”며 “청해부대의 역할 확대나 자국 선박 보호 활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그런 전략적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가능성에 관해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원하고 있고 저 역시 북·미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사전 조정 역할을 나름대로 계속하고 있다”면서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추진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패싱’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대화가 진전되는 초기에는 우리가 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할 역할이 있고 북·미 협력을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없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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