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특별시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 이후 광주경찰청의 첫 정기인사에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전날 단행한 경정 이하 직원 84명 대상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일선 경찰서 대다수가 수사 부서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다수의 수사 부서 직원들이 입건되거나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광산경찰서에서 두드러졌다.
━
‘장윤기 사건’ 맡았던 광산경찰서 여청과 지원자 ‘0명’
장윤기의 스토킹·성범죄 사건을 담당했던 여성청소년과의 경우 소속 직원 30여명중 상당수가 인사를 앞두고 다른 부서 이동을 희망했지만 반대로 여성청소년과 근무를 지원한 다른 부서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일선 경찰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기존 수사 부서 직원들이 지구대·비수사 부서 직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지원을 독려하는 등 가까스로 인력을 채운 사례도 있었다.
한 일선서 수사 부서 직원은 연합뉴스에 “장윤기 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작은 판단 하나가 신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진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수사 부서를 떠나거나 지원을 꺼리는 직원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사 부서 기피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업무가 가중되고 책임은 늘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는 장윤기 사건의 증거 확보·관리, 수사 정보 유출 등을 둘러싸고 수사 부서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거나 조사 대상이 되면서 부담감이 한층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광주경찰청은 일선 경찰서로 비수사 부서의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오는 21일부터 비수사 분야인 광주시 CCTV 통합관제센터에 상주하는 직원들의 수를 기존 4명에서 1명으로 줄여 수사 분야로 보낼 방침이다. 또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직원 30여명을 5개 일선 경찰서로 발령 내 수사 부서의 인력난을 돕기로 했다.
다만 일선에서는 단순한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수사 부서 기피를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업무 부담을 낮추고 승진·수당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11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귀가하던 이채원(17)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다가온 B군(17)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수사·수사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핵심 관계자들은 잇따라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