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인 19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는 대체 후보 인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연쇄 낙마로 드러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멍도 메워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다.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며 “많은 사안과 지적들, 역량과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유보 입장을 냈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국정의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달 30일 지명 이후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논란이 이어졌다. 지명 직후부터 이 대통령 형사재판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여당 의원 모임 대표 이력을 두고 야당에선 ‘방탄용 인사’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어 사업가 양모씨의 연락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신청을 챙겨봐 달라고 요청했다는 승인 청탁 의혹과 가족이 참여한 발달장애인 학교ㆍ협동조합 운영 논란이 잇따랐다. 김 후보자는 통상적인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에도 추가 의혹이 계속해서 나왔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도 맞물려 부담을 가중 시켰다. 한국갤럽의 9월 3주 차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7%(부정 평가 56%)로 떨어졌고, 앞서 KSOI 조사에서도 김 후보자 임명 반대(52.1%)가 찬성(25.1%)의 두 배를 웃돌았다. 복수의 여권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에는 이 대통령 회견 직후에도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사 논란에 대해 “그러한 점까지 대비하고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고 부족함일 것”이라며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예고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논란 끝에 물러나면서 개별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넘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실제로 어떻게 바꿀지가 후속 인선의 시험대가 됐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한 이상 후보자 교체만으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음 인선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증 과정이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존중한다면서도, 낙마 공세를 주도해 온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수사자료 유출 의혹을 거듭 문제 삼았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한 것은 살신성인의 본보기”라며 “법사위로 돌아와 함께 한 의원의 범죄를 국민 앞에 밝히자”고 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정부의 성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결단을 존중한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조작ㆍ표적수사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민심을 수용하는 결단을 보면서 한 의원의 범죄행위를 반드시 수사해 척결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며 “불법 자료 유출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야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민심에 밀린 사실상 경질’로 규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말이 사퇴지 ‘사퇴당한 것’”이라며 “장관의 시간은 끝났고 수사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이 ‘볼수록 잘한 인사’라며 총력으로 결사 옹호했지만 국민이 이겼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이제 사퇴한 것은 만시지탄”이라며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소취소를 포기하고 ‘재판받겠다’고 선언하고, 인사검증 라인을 전면 개편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