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중국 99식 전차의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탱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러한 구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방산 연구진이 소형 원자로를 장착한 ‘핵 추진 전차’ 개발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군수업체 네이멍구제일기계그룹과 베이징이공대 연구진이 지난 6월 학술지 병공학보(兵工學報)에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구상 중인 핵 추진 전차의 개념을 소개했다.
중국 당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이 제시한 전차는 무게 60t에 10메가와트(㎿)급 소형모듈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50메가줄(MJ)급 전자기 레일건을 주포로 장착한다. 화약을 폭발시키는 대신 강력한 전류와 자기장으로 포탄을 쏘는 방식을 쓴다. 연구진은 발사체 속도를 초속 3.5㎞까지 높이면 이론적으로 최대 450㎞ 떨어진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봤다.
핵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기존 전차보다 오랫동안 작전할 수 있는 데다,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레일건과 레이저·전자전(전파교란) 장비 운용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다. 주포 사용에 쓰이는 전력인 50MJ는 전기 자동차가 90~100㎞를 주행하는 데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와 같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차에 레일건이 장착된 상상 이미지. 중국 SNS 캡처
다만 연구진의 구상은 아직까지는 ‘이론’의 영역이다. 핵으로 움직이는 전차는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꿈의 영역에 가깝다. 1950년대 미군이 핵을 동력으로 하는 전차를 구상하다 개발을 접었다. 적의 공격에 취약한 데다 적에게 피격당했을 시 방사능 유출 위험과 이로 인한 승무원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원자로를 전차 안에 넣으려면 원자로가 소형화돼야 할 뿐 아니라 폭발하지 않아야 한다. 방사선 차단과 냉각 등도 이뤄져야 한다. 승무원 안전 문제 역시 중요하다.
논문에 따르면 핵 추진 전차에 들어갈 원자로와 차폐 장치는 험지 주행 시 약 30G(중력 가속도)의 충격을 견뎌야 한다. 원자로는 전차 내부에 들어갈 수 있게 2㎥ 이내로 작아야 한다. 방사선 차폐재 역시 중량이 3t을 넘지 않아야 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제안된 시스템이 실제 적용되려면 여러 번의 물리 시뮬레이션과 차량 단위 시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핵 추진 전차의 실전 배치 시점은 2045년이다.
지난 2022년 8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국제육군게임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96식 전차가 돌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를 위해 단계별 목표를 설정했다. 우선 2035년까지 150㎞ 사정거리에 10MJ의 전자기포를 장착한 전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디젤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2035년에서 2045년 사이엔 300㎞ 사거리, 20MJ의 전자기포로 제원을 증강한 뒤 2045년에 목표한 450㎞ 사정거리의 전자기포를 갖춘 핵 추진 전차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핵 추진 전차를 만들어도 현재의 군사적 개념이 바탕이 된다면 효용성이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군사전문가는 SCMP에 “전차가 (핵 추진 동력을 통해) 무제한의 화력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이점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사람인 병력은 휴식을 취해야 하고 탄약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면서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개발이 확산됨에 따라 전차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고출력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등을 갖춘 무인 전차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