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공지능(AI) 허브를 향한 걸프 국가들의 계획이 이란 드론에 발목을 잡혔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아마존 데이터센터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복구되지 못하는 등 글로벌 AI 빅테크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이들 국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25년 11월 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석유박람회(ADIPEC)에서 관람객들이 G42·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가 공동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UAE’ 데이터센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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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멈춰선 아마존 데이터센터…일부 데이터 영구 손실 위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으로 파손된 UAE 아부다비와 바레인의 아마존웹서비스(AWS) 시설이 여전히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보도했다. 바레인 시설의 일부 데이터는 사실상 영구히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AWS는 복구 완료 시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기업과 기관에 데이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라고 안내하고 있다.
UAE의 AWS 데이터센터가 공격 받은 건 이란전쟁 발발 이튿날인 지난 3월 1일이었다. 바레인의 AWS 시설도 인근 드론 공격 여파로 피해를 입었다. 드론 공격으로 불이 나고 기반시설이 파손되면서 당국은 전력 공급을 끊어야 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던 지역 은행 앱, 기업용 서비스, 핀테크 플랫폼도 잇따라 작동을 멈췄다.
반년 넘게 지난 지금도 아부다비 시설에선 약 130개, 바레인에선 약 140개의 컴퓨팅 서비스가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복구된 서비스는 각각 5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WSJ는 “장애가 이처럼 길어진다는 사실이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지난 3월 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이드항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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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지연에 짐 싸는 기업들…해외로 빠져나가는 국가 데이터
복구가 늦어지면서 데이터를 자국에 모으려던 UAE가 오히려 데이터를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내 기업의 데이터가 자국에서 관리되도록 엄격히 규제해온 UAE가 일부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허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빅테크 투자 유치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쟁 전만 해도 걸프 국가들은 풍부한 자본, 값싼 에너지, 넓은 부지, 신속한 인허가 등을 들어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아부다비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단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공개된 이 단지는 미국 후버댐 발전 용량의 두 배 이상 전력이 필요한 초대형 시설로 주목받았다. 당시 양국 당국자들은 오픈AI가 첫 입주사로 참여해 장기적으로 전체 설비 용량의 20%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픈AI의 입주 계약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이란전쟁 이후 걸프국 리스크가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WSJ는 “오픈AI가 아직 서명하지 않은 상태로 해당 계약이 정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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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비용도 투자 변수로
분쟁이 반복되는 지역에서 이란과 약 320㎞ 이내 거리에 이 같은 시설을 짓는 게 타당하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새로 들어설 AI 데이터센터는 이번에 공격받은 AWS 데이터센터보다 규모가 큰데, 시설이 큰 만큼 공격의 표적이 되기 쉽고 고가의 AI 반도체 때문에 피격 시 피해도 커질 수 있다.
지난 3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드론 공격으로 연료탱크에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UAE가 최근 시설 지하화와 드론 방어체계 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한 건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시설을 지키는 비용까지 투자 유치의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기술정책을 담당했던 에런 바트닉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WSJ에 “이란전쟁이 걸프 국가들의 계산을 상당 부분 뒤집어놨다”고 말했다. 한 사이버 보안업체 관계자는 걸프 국가 내 데이터센터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빗댔다. 일부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격만으로도 다른 기업들까지 걸프 지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