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농구 대표팀이 마줄스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일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을 67-57로 격파하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연합뉴스]
이정현은 골밑을 파고들었고, 이현중은 외곽에서 터뜨렸다. 한국 남자 농구가 적지에서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20일 일본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눌렀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0-83으로 꺾었던 대표팀은 결승에서 또 한 번 일본을 제압했다.
한국의 에이스 이현중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썼다. 어머니 성정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는 삼천포여종고 1학년이던 1982년, 만 16세에 국가대표로 뽑힌 여자 농구의 레전드 센터다.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이끌었다.
1984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오른쪽)-아들이자 한국 최초 미대학서 NBA 직행 도전 이현중. 변선구 기자
성정아-이현중은 설민경(1982년 뉴델리·테니스)-황재균(2014년 인천·야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모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같은 종목에서는 처음이다. 이현중은 병역 특례 혜택도 받게 돼 미국프로농구(NBA) 도전에 한층 추진력이 붙었다.
2014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농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3위,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는 8강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이번에 적지에서 일본을 두 번 꺾으며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앞선 우승은 1970·1982·2002·2014년이다.
대회 전 대표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니콜라이 마줄스(라트비아) 감독이 부임한 뒤 1승 5패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8월 15·16일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는 두 번 모두 졌다. 특히 2차전에서는 66-95, 29점 차로 무너졌다. 에이스 이현중이 결장하긴 했지만 굴욕적인 패배였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 연합뉴스
일본은 하치무라 루이와 가와무라 유키 등 NBA 선수들, 조쉬 호킨슨, 와타나베 유타 등 주축을 뺀 채 평균 연령 25.1세의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다. 그래도 알렉스 커크, 존 하퍼 주니어, 아비 셰이퍼, 야마자키 이부 등 귀화 및 혼혈 선수를 5명이나 뽑아 높이는 만만치 않았다. 커크(2m12㎝), 가노 도요시게(2m10㎝), 셰이퍼(2m6㎝) 등 장신들을 앞세워 제공권을 장악했다.
홈 텃세도 적지 않았다. 경기 당일 한국은 조직위원회가 차량을 보내지 않아 오전 연습을 하지 못했다. 경기 중에도 은근히 일본에 유리한 판정이 많았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시상식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현중이 메달을 깨물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한국에는 이현중과 이정현(15점 7도움)이 있었다. 이정현은 영리하게 골밑을 파고들어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줬고, 상대 수비가 헐거우면 직접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이현중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슛을 쏘았다. 양 팀은 28-28 동점으로 2쿼터를 마쳤다. 3쿼터는 슈터들의 경연장이었다. 변준형, 이현중, 이정현이 장거리포를 터뜨리자 일본도 오가와 아쓰야, 가와시마 유토, 하퍼의 3점슛으로 맞섰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힘의 차이가 드러났다. 특히 이현중이 빛났다. 외곽뿐 아니라 골밑에서도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루스볼을 따냈다. 일본의 장신 선수들이 번갈아 이현중을 마크했지만 지치지 않았다. 일본 관중이 목청껏 ‘디펜스(수비)’를 외쳤지만, 이현중의 3점슛은 고요하게 하늘을 가르며 림을 통과했다.
4쿼터 7분 24초를 남기고 이정현의 슛으로 62-49, 13점 차까지 벌어졌다. 마음이 급해진 일본 선수들은 공격자 반칙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현중은 3분 36초를 남기고 11점 차를 만드는 팁인을 성공시켜 쐐기를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