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일반적인 금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은행권 대출에 이어 카드론에서도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가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금리 역전’ 사례가 5개월 연속 나타났다. 중금리대출 확대 속에 중·저신용자 금리는 내리는 반면 고신용자 금리는 오르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금리는 14.10%로 1년 전인 지난해 8월과 같았다. 그러나 신용점수별로 사정은 달랐다. 900점 초과 차주의 평균금리는 1년 새 10.92%에서 11.84%로 0.92%포인트 오른 반면, 800점 이하 차주의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501~600점은 0.47%포인트 내렸다.
정근영 디자이너
일부 카드사에서는 금리 차가 좁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역전까지 나타났다. 지난달 A카드사의 900점 초과 금리는 13.72%로 801~900점(12.50%)보다 1.22%포인트 높았다. 이같은 역전 현상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8개사 중 한 곳 이상에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금리 역전의 배경으로 꼽는다. 중·저신용자 금리가 낮아지며 신용등급별 격차가 좁아져 일부 구간에서는 고신용자 금리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8개사의 올해 상반기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41.7% 늘어난 4조9458억원이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부터 여전사가 늘린 민간 중금리대출은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에 포함하지 않도록 해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한편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올랐는데도 카드론 평균금리는 제자리였다. 8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1년 새 2.81%에서 4.42%로 뛰었지만 카드론 평균금리는 14.10%로 같았다. 중금리대출 확대로 중·저신용자 금리가 낮아진 영향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신용대출 금리는 1년 새 900점 초과는 0.65%포인트 오른 반면 700점 이하는 0.45%포인트 내렸다. 7월 가계대출에서도 5대 은행 중 2곳은 600점 이하 금리가 바로 윗 신용구간보다 낮았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는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가격인데, 차주의 신용위험이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시장의 가격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