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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게토의 마켓 나우] 일본은행이 붙잡은 동아줄, 치러야 할 대가

중앙일보

2026.09.20 08:04 2026.09.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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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이 시케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나가이 시케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일본은행이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의 뜻밖의 지지에 힘입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말 미국과 일본은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공조 개입을 단행했다. 자국 통화도 아닌 타국 통화 방어에 미국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일은 좀처럼 없을뿐더러, 헤지펀드 출신인 베센트 장관이 이 정도로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보이리라고는 시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그의 지지는 곱절로 뜻밖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은 이번 개입의 대가로 미국이 일본에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듯하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로서도 베센트발 압박을 가볍게 넘기기는 어려운 처지다.

베센트 장관이 엔화 방어에 힘을 보태기로 한 배경에는 미국의 국익 계산이 자리한다. 무엇보다 공조 개입은 엔화와 일본 국채의 투매 가능성을 낮춰 미국 금리에 추가로 상승 압력이 가해질 위험을 줄인다. 일본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채권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 위험은 절대 가볍지 않다. 외교적 셈법도 있다. 엔저가 일본 국내 정치에서 극도로 인기가 없는 사안임을 고려하면, 미국은 이번 지지를 지렛대 삼아 아시아 안보 비용 분담 확대와 대미 투자 지속이라는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당분간 미국의 이례적인 지원을 누리겠지만, 그 대가는 결국 장기적으로 치러야 할 몫이다. 첫째, 일본은행이 까다로운 금융시장의 요구를 무한정 충족시킬 수는 없다. 올해 9월과 12월 인상은 엔저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큰 고비 없이 단행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책금리가 1.75%에 이르는 2027년 2분기쯤의 추가 인상은 훨씬 미묘한 결정이 될 것이다. 이 수준이면 금리가 우리가 추정하는 중립금리(neutral rate)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금리스와프 시장이 2%를 웃도는 최종금리를 이미 반영하는 듯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엔저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과도한 긴축까지 감수할지를 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베센트 장관이 확장적 재정정책에 절제를 주문했음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요지부동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는 엔저 압력은 일본은행의 딜레마를 한층 첨예하게 만들 것이다.

미 재무장관의 강경한 개입은 총리의 행보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한층 위협한다. 중앙은행 신뢰도의 훼손은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은 베센트가 던진 동아줄을 붙잡았다. 문제는 그 밧줄의 다른 쪽 끝을 워싱턴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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