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후보자 사퇴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김 후보자는 지명 20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뉴시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진퇴에 대한 여권 내부의 관측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사수에서 낙마로 급격히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 기자회견 톤을 보고 김 후보자가 장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견 모두발언에서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등 ‘부족’이라는 단어를 13차례나 썼던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들, 그리고 역량과 또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회견 시작이 30분 미뤄진 것도 이 대통령이 직접 발언 내용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고심도 행간에 담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8시간에 걸친 본인 수정 과정에서 모두발언은 7분 정도였던 초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나 20분 분량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반성’에 무게가 더 실렸다. 질의응답 때 밝히려던 ‘연임 개헌’ 문제도 모두발언에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 후보자도 19일 사퇴 회견에서 “어제 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작은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그는 “대통령님께 누가 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의중과 여권의 기류 변화는 길게 봐도 하루 이내에 일어났다. 민주당은 대통령 기자회견 시작 시간(18일 오전 10시30분)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17일 낮 12시20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김 후보자의 술자리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시점은 청문보고서 채택 전후였다고 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0일 취재진에게 “결국 낙타를 쓰러뜨릴 마지막 봇짐(성추행 논란)이 나온 것”이라며 “아무리 이 대통령이지만 이래선 망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탄원서와 낙마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9일 탄원서 관련 보도에 “인사 관련 사안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반응했고, 김 후보자 측은 “탄원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및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출신 여권 인사는 “성추문 의혹이 결정적 낙마 요인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반성의 진정성을 담기 위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