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불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남권이나 ‘마용성’이 아닌 성북구 길음동과 동대문구 용두동 등에서도 국민평형(전용 84㎡) 전세가 1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9월 둘째 주 기준 7.79%로 작년 같은 기간의 4.7배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상승하고 비강남권까지 오름세가 번진 데다 전세 매물마저 부족해지면서 세입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강남권을 강력한 규제로 묶자 매수 수요가 비강남권으로 번지고,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밀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풍선효과를 “평탄화 과정”이라고 했는데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뉴스1
전세난에는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전세 매물 위축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었다. 토허제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것을 막아 임대 매물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가 지난 5월 임대 중인 주택에 실거주 유예를 허용한 데 이어 넉 달 만에 유예기간을 다시 늘린 것도 애초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재개 석 달 만에 한시 완화책이 나왔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를 축소하려던 세제개편안도 한 달 만에 후퇴했다. 매매 수요를 틀어막고 보자는 강경 규제가 결국 시중의 전월세 가격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세제가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바뀌어 세무사가 관련 업무를 포기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인 ‘실거주와 비거주 구분’이 부동산 시장, 특히 전월세 시장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세제와 비거주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는 동시에 공급 확대의 실행력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전월세가 불안해지면 서민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