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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에 ‘서울 1.4배’ 스마트시티…‘고려인 정주영’의 20년 꿈

중앙일보

2026.09.20 13:00 2026.09.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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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은 단지 도움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경험과 역량을 연결하고 상호호혜적인 성장을 함께 설계하는 경제협력의 파트너입니다. 알라타우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 사진 카스피안그룹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 사진 카스피안그룹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고려인 2세 기업가,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78)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려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자부심엔 근거가 있다. 그는 1992년 카스피안그룹을 창업해 카자흐스탄 10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업 영역은 건설부터 철강, 시멘트, 자동차 제조, 도시 개발까지 다양하다. 불도저 같은 사업 추진력 덕분에 ‘중앙아시아의 정주영’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는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알마티 북부 지역에 서울의 약 1.4배 면적의 스마트 신도시인 ‘알라타우 시티’ 조성을 이끌고 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령에 따라 국가 프로젝트로 지정된 특별경제구역이다. 최 회장은 알라타우 시티를 금융·산업·물류·관광은 물론 교육·문화·레저까지 아우르는 복합 스마트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190만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1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한국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알라타우 시티를 포함한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한국전력·두산에너빌리티·롯데호텔리조트·한국공항공사 등도 알라타우 개발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카이스트는 알라타우에 교육·연구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싱 선수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기도 한 최 회장은 “스마트 시티 기술, 전력 인프라, 모빌리티 등 신도시 성장에 직접 필요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과 경험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신도시 구상은 20년 전 시작됐다. 2006년 카자흐스탄 9위 은행 카스피안은행(현 카스피은행)의 지분을 모두 팔아 신도시 조성을 위한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실제 투자와 사업으로 연결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다. 그는 “알라타우는 고려인 기업인들이 초기 구상과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대형 국가 프로젝트”라며 “이제 투자와 국제 협력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 만큼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을 맞아 알라타우 시티 내 국제 문화·비즈니스 센터인 K파크도 조성된다. 고려인의 아픔과 문화를 기리는 기념시설과 함께 도서관, 회의시설, 한국식 정원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어떤 만남과 기회가 생기는가”라며 “카자흐스탄을 기반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청년·기업인·전문가들의 교류가 이어지고, 그 인연이 새로운 협력과 사업으로 발전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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