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가 임무 집중 위한 환경 조성 나서 연구자 인건비, 정부 출연금 전환 기본·전략 연구·정부수탁 재편 기관의 자율성·책임감 높일 계획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Post-PBS 세부 이행방향’을 의결한 이후 세부 이행방향을 알리는 출연연 방문 설명회를 이어 가고 있다. 사진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입주해 있는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모습. [사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1996년 도입된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30년 동안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운영의 한 축이었다.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를 채우는 구조는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액·다수 과제에 역량이 흩어지고 기관 본연의 임무와 실제 연구가 멀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바꿔 임무 중심의 연구체계로 전환하는 방향을 정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이하 연구회)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Post-PBS 세부 이행방향’을 의결한 배경이다.
전환의 첫걸음은 재정구조다. 연구자 인건비는 정부수탁 의존에서 출연금인건비로 전환되고, 종료되는 정부수탁 재원은 5년에 걸쳐 기관 출연금으로 바뀐다. 이 재원이 국가 임무 단위의 전략연구사업으로 재편된다. 2027년 정부예산안을 보면 소관 23개 출연연의 인건비는 8431억원에서 1조1068억원으로 늘었고, 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기본연구사업도 8921억원에서 9276억원으로 4% 증가했다. 전략연구사업은 계속사업 77개와 신규사업 42개를 합쳐 119개 사업 5905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어느 한쪽을 줄여 다른 쪽을 키운 것이 아니라 매년 수주로 채우던 재원이 안정적인 출연금으로 바뀐 결과다.
이에 따라 출연연의 연구사업은 대표적으로 기본연구·전략연구·정부수탁의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기본연구사업은 기관의 고유 임무와 중장기 역량을 위해 기관이 자율적으로 기획·운영하는 사업이다. 전략연구사업은 국가적 임무를 출연연이 대형·중장기 집단연구로 수행하는 사업으로, 산학연이 함께하는 개방형 협력을 지향한다. 정부수탁은 정부 수요 가운데 출연연이 맡아야 할 것을 선별해 수행한다. 흩어진 과제를 모아 기관 단위의 임무로 묶는 것이 이 구조의 핵심이다.
전략연구사업은 정부가 과제를 정해 내려보내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전략기술 같은 국가 아젠다를 방향으로 삼되, 기관이 스스로 임무를 정립하고 이를 연구사업으로 연계해 나가는 구조다. 기관이 기획한 사업을 예산으로 요구하면 정부가 이를 배분하고, 연구 기간과 수행 방식은 기관이 정한다. 2027년 신규로 제안된 과제 중에 열에 아홉은 5년 이상의 중장기 과제다. 연구자가 과제 수주에 매달리지 않고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출연연들은 현재 기관의 임무(R&R)와 연구전략을 정립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가적 임무에 맞춰 기관이 감당할 임무를 스스로 세우고, 그에 맞춰 중장기 연구 로드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작업이다. 연구회는 이를 바탕으로 기관 간 과제 경쟁을 역할에 따른 배분으로 바꾸고, 출연연이 국가 임무를 중심으로 자율과 책임을 갖고 연구하는 체계를 단계적으로 갖춰 갈 계획이다.
물론 30년 된 제도를 바꾸는 일이 한 번에 매끄러울 수는 없다. 연구회는 지난 7월 출연연을 직접 찾아 전략연구사업과 기관 역할체계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들었고, 이달 이사회 의결 이후엔 세부 이행방향을 알리는 출연연 방문 설명회를 이어 가고 있다. 출연연 노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소통 워크숍도 열렸다.
연구회 관계자는 “임무와 재원의 큰 틀은 국가가 제시하고,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지는 연구현장이 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현장의 우려와 제안을 계속 듣고 반영해 함께 완성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