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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나사 고정?’ 눌린 신경만 풀어도 걷는 힘 되찾아 [Health&]

중앙일보

2026.09.20 13:31 2026.09.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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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통로 넓혀 압박 푸는 감압술
척추관협착증 신경 압박때 보행 장애
불안정성 크면 이후 척추 고정 검토
걷는 거리 줄면 수술 미루지 말아야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척추관협착증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면 1차 수술은 감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척추관협착증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면 1차 수술은 감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은 서서히 진행한다. 걷는 거리가 줄고 보폭이 좁아지며, 어느새 허리를 숙이고 걷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런데 수술 얘기가 나오면 일단 미루고 보는 환자가 많다. ‘척추 수술=나사 고정’이라는 부담 때문이다.

협착증 수술에는 척추 마디를 고정하는 유합술만 있는 게 아니다.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 압박을 풀어주는 감압술도 있다.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약물이나 주사 등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했는데도 보행이 계속 나빠지면 유합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감압술을 1차 수술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존적 치료와 유합술 사이에 신경 압박만 풀어주는 감압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다.

감압술과 유합술의 차이는 ▶신경 압박만 풀어주느냐 ▶척추 마디까지 고정하느냐에 있다. 유합술은 감압한 뒤에도 척추 마디의 불안정성이나 변형을 함께 해결해야 할 때 나사 등으로 해당 부위를 고정한다. 이 병원장은 “감압으로 신경 압박을 먼저 풀고, 이후에도 문제가 남거나 척추 불안정성이 크다면 유합술을 고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감압술 먼저, 유합술은 필요한 경우에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보면 유합술에는 별도 적응증이 있다. 약물·주사 등으로 치료해도 증상이 낫지 않고 영상에서 신경 압박이 확인된 환자 중 척추 불안정성·변형이 뚜렷한 경우다. 또 감압 과정에서 관절을 많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 등에 유합술 급여를 인정한다.

이대영 병원장은 이 기준을 감압술과 유합술을 구분하는 근거로 들었다. 협착증이라는 진단명만으로 유합술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신경 압박만 풀어도 될 환자면 감압을 먼저 하고, 고정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유합술을 적용하는 순서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척추 마디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변형이 크고, 충분히 신경 압박을 풀어주려면 관절을 많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유합술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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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판단이 까다로운 경우는 척추전방전위증이다. 위쪽 척추뼈가 아래쪽보다 앞으로 밀려 있는 상태다. 영상에서 ‘뼈가 어긋났다’는 설명을 들으면 척추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방전위가 보인다고 모두 유합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밀린 정도와 함께 허리를 굽혔다 펼 때 해당 마디가 실제 얼마나 움직이는지, 척추 변형이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통증과 보행 장애의 원인이 신경 압박인지 불안정성 때문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 병원장의 설명이다.

202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된 노르웨이 연구(NORDSTEN-DS)는 전방전위가 3㎜ 이상 있는 협착증 환자에게서 감압 단독과 유합을 비교했다. 허리 기능 장애가 30% 이상 좋아진 비율은 감압군 71.4%, 유합군 72.9%로 비슷했다. 감압 단독 치료가 유합술에 뒤지지 않았다. 다만 재수술률은 감압군(12.5%)이 유합군(9.1%)보다 다소 높았다.

연구서 감압술·유합술 보행 개선 효과 비슷

새길병원에서 치료받은 70대 남성 A씨는 전방전위가 있었지만 유합술 대신 감압술을 먼저 받은 사례다. 그는 협착증이 진행하면서 목발 없이 100m 정도 걷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영상검사에서는 요추전방전위와 신경 압박이 함께 확인됐다.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있었지만, 의료진은 보행 장애와 통증이 주로 신경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나사못으로 척추를 고정하지 않고 감압술만 시행했다. A씨는 2023년 8월 수술받은 뒤 3년 넘게 추가 유합술 없이 지내고 있다. 일상생활과 보행에도 큰 지장이 없다.

이 병원장은 “뼈가 밀린 것 자체가 통증을 만드는지, 협착으로 눌린 신경 때문에 증상이 생기는지 나눠서 봐야 한다”며 “감압만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면 먼저 신경 압박을 풀고 경과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술 부담 때문에 통증을 버티는 환자는 감압술이 가능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이 원장은 “걷는 거리가 줄고 다리 저림이나 힘 빠짐이 심해지는 데도 수술이 걱정돼 치료를 미룬다”며 “유합술을 해야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감압술로 신경 압박을 풀어 해결되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감압술도 수술 방식에 따라 뼈와 관절을 건드리는 범위가 다르다. 후궁이나 후관절 일부를 제거해 신경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뼈와 관절을 최대한 남기면서 신경 압박 부위에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제거 범위가 커지면 척추를 지지하는 구조가 약해져 유합술까지 필요해진다. 심평원도 후관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해야 하는 경우를 유합술 급여 인정 사유로 두고 있다.

한편 새길병원 의료진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이용해 뼈와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경 압박을 푸는 술기(NLBD와 NFFD)를 개발, 2024년과 2025년 척추 분야 국제학술지(Asian Spine Journal)에 발표했다. 중심 척추관 협착과 추간공 협착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한다.

이 병원장은 “신경 압박은 충분히 풀고 척추를 지지하는 구조는 최대한 남기는 게 목표”라며 “어떤 환자에게 고정이 필요한지부터 정확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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