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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지역의사 선발 시작…10년 뒤 이탈 막을 정착 인프라 마련해야

중앙일보

2026.09.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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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실습·수련 인프라 강화
장기 비전 제시로 경력 경로 구축

지역의사제가 결실을 보려면 양질의 수련 체계와 진료 환경,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출처: GettyimagesBank]

지역의사제가 결실을 보려면 양질의 수련 체계와 진료 환경,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출처: GettyimagesBank]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9월 시작되면서 올해 처음 도입된 ‘지역의사선발전형’(490명 선발)이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 필수의료를 구하겠다는 취지로 첫발을 내디딘 만큼 이 제도가 실질적인 지역 의료 복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의사제는 입학 단계부터 학비와 체재비를 지원받는 대신,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정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 복무 조건을 위반할 경우 법령에 따라 시정 명령, 면허 자격 정지, 면허 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수도권 쏠림과 필수의료 기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지역 주민의 기본 생명권을 보장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지역 의료 현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현재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근무 환경은 그대로 둔 채 학생만 묶어둬서는 10년 뒤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지원금을 주고 의무만 부과하는 제도는 근본 대책이 아닌 일시적인 징검다리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던 해외 선진국의 경험은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방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정원제를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일본 역시 초기에는 근무 기간 강제에만 의존한 결과 복무가 끝나자마자 의사들이 대도시로 이탈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일본 지자체는 단순한 강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근무와 전문의 수련, 경력 개발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지역 의료에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결혼·출산·진로 등의 라이프 상담을 통해 복무를 유연하게 설계·조정하는 지원책을 펼친다.

미국의 제도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 취약지 근무 시 장학금·학자금 대출을 상환해 주는 프로그램부터 의료소외지역 소재 전공의 수련 보건소에 예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농어촌 지역 병원에 상주하며 장기간 몰입 실습을 하는 심화 교육과정까지 다양한 자구책을 통해 정착률을 높이고 있다.

이런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의사제가 결실을 보려면 교육과 진료 환경을 다지는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는 지역 완결형 수련 체계의 구축이다. 의대생이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핵심으로, 의무 복무 강제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지역 거점 병원에 수도권 대형 병원 수준의 임상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숙련된 의료진이 지역에 남아 환자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해야 지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첨단 장비 확충, 필수 진료과 운영 정상화와 같은 진료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둘째, 지역에 정주하며 진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생활 인프라 지원이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역에 남으려면 주거 지원, 자녀 교육 환경 개선, 정착 지원금 등 생활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지역 의료를 책임질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명확한 성장 로드맵이 필요하다. 지역 의사 출신 전문의가 단기 근무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공의료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 잡도록 장기 경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술 연구 지원이나 해외 연수 기회,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보직 부여 등 다각도의 성장 로드맵을 설계해 줄 필요가 있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단순히 선발 인원을 채우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사를 지역에 묶어두는 강제성보다 지역 주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비전이 먼저다. 10년 뒤에도 이들이 자부심을 품고 지역 주민 곁을 지키는 든든한 전문의로 남게 할 세심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때다.




김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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