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 기능 회복 돕는 한의학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호흡기 자극 폐 면역력 높이고 심장 건강 살펴 통증은 신체 상태 고려해 맞춤치료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이 호흡기 증상 개선에 쓰이는 약재를 살피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는 만성 질환자에게 유독 가혹한 시기다.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지면 호흡기 점막이 자극을 받아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두드러져서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이나 폐섬유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 시기 급격한 기온 변화로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COPD는 대부분 비가역적인 기류 폐쇄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기관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점차 진행해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기관지를 확장하는 흡입제나 가래를 줄여주는 진해거담제 등을 활용해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런 약물은 손상된 폐 조직을 회복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염증 완화를 위해 자주 쓰이는 스테로이드 제제 역시 장기 복용 시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환자의 맥을 짚고 있는 김남선 대표원장.
한의학에서는 COPD를 치료할 때 망가진 폐포와 기관지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기관지의 염증 감소와 폐를 깨끗이 하는 청폐(淸肺), 손상된 기관지 평활근과 늘어진 폐포의 재생을 이끌어 폐의 면역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기관지 염증 줄이고 폐포 재생 이끌어
대표적인 예로 영동한의원의 환약 ‘K-심폐단’ 치료법이 꼽힌다. 마황·계지·금은화·신이화 등의 약재로 기관지의 염증을 줄이고 숨길을 넓히는 한편 녹용·녹각교 등 폐의 재생력을 높이는 약재를 더해 청폐와 재생을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성 폐 질환 치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폐와 심장의 관계다. COPD 환자의 70% 이상이 부정맥·협심증·심근경색증 등 심장 질환을 함께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과 산소량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 관상동맥 질환이 유발되거나 숨이 차고 가슴이 조여오는 심장 질환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처럼 폐와 심장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어 복합 치료를 진행할 때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K-심폐단은 강심(强心) 효과가 있고 호흡기 소통을 촉진하며 겉에 입혀진 순금이 약효가 오래가도록 돕는다. 여기에 기관지·순환기 증상을 개선하는 ‘김씨녹용영동탕’을 병행하면 심폐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평소 COPD로 심한 기침과 가래, 가슴이 조여오는 불편감을 호소하던 김모(67)씨는 최근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수시로 가슴 앞부분에 찔리는 듯한 통증과 가슴 답답함이 느껴지고 왼팔과 어깨로 이어지는 방사통까지 생겨 영동한의원을 찾았다. 폐의 면역 회복과 심장 강화를 목표로 한방 복합요법을 진행한 결과, 한 달 후 심장 통증이 사라지고 두 달 후 기침 발작이 개선됐다. 6개월 후에는 약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은 “K-심폐단과 김씨녹용영동탕을 함께 복용하는 한방 복합요법을 적용했을 때 빠르면 3~4개월 만에 증상이 소실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한방 복합요법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김 대표원장은 그간의 연구·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8월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에서 COPD 복합약물 처방에 대한 증례를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일본, 중국 학회 등에서도 COPD 강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절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함께 일상 속 관리가 필수다. 폐 질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규칙적인 호흡 재활 운동으로 심폐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예방접종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침·저녁처럼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는 보온에 신경 쓰고, 찬 공기를 갑자기 많이 들이마시지 않도록 주의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보다 기침·가래가 심해지거나 호흡 곤란이 새롭게 나타나는 등 증상의 변화가 있을 땐 환절기 증상으로 생각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환절기엔 관절·근육 부위 통증 증가
환절기의 기온 변화와 면역력 저하는 비단 호흡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신체 전반의 기혈(氣血) 순환이 불안정해지면서 관절과 근육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난다. 기침이나 호흡 곤란으로 수면 장애를 겪거나 경직된 자세로 오래 생활하면 호흡 보조근과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전신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통증을 방치하거나 단순 피로로 여길 경우 만성화돼 일상적인 움직임마저 제한받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 부위만 단편적으로 치료하기보다 환자의 체질과 신체 전반의 불균형, 통증 발생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진료 기법을 강조한다. 김남선 대표원장은 “통증은 몸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인 만큼 단순히 아픈 부위만 바라보기보다 통증이 나타나게 된 과정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줄이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치료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