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과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이현경)는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여 전 사령관 등 군 장성 5명의 선고기일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징역 10년,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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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정치적 이익에 군 사용”
재판부는 공통된 양형이유로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한다”며 “어떤 범죄와도 비교 불가능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은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다. 군 장성 5명은 부대를 지휘하고 감독할 지위에 있는데도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 세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지난 8월 11일 '수호신 TF'를 통한 육군수도방위사령부의 계엄 준비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2차 종합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 전 사령관을 제외한 여 전 사령관 등 4명은 국헌문란 목적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와 실행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준비했고, 포고령이 선포되자 방첩사 부대원에게 지시해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고 했다”며 “고의에 해당하고 국헌문란 목적을 가지고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여 전 사령관이 2024년 10~12월 작성한 메모 내용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은 국회의원 체포나 선관위 증거 확보 등에 대해 사전에 구체적으로 메모를 작성했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논의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메모 내용이 비상계엄 선포 후 실행된 내용과 일치한다”고 했다.
또 여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 선포 전 여러 차례 모여 사전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모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식사 모임을 하며 비상계엄의 목적을 듣고 위법성을 인식했다. 사전에 가담한 범위와 준비기간에 비추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여 전 사령관이 내란 시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전직 군 고위 장성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질서유지를 위해 통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직전에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본회의장에 들어가 한 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지시했다고 이 전 사령관이 지시에 따랐다고 봤다.
박 전 총장에 대해선 “계엄사령관으로 포고령을 발령했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차단을 요청해 국회 2차 봉쇄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고, 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사전모의해 부정선거를 구실로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해 수색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인정했던 곽 전 사령관에 대해선 “사전 가담 경위와 정도에 비추어 비난 가능성이 크고, 내란 실행행위에서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 초기 자백하고 일관된 진술을 유지한 점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과 박 전 총장, 곽 전 사령관에 대해 기존에 허가한 보석을 취소하고 재구금하겠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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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판결문 검토 후 항소 결정”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선고 후 “군 지휘부에 있던 5명이 장기간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내란을 모의한 사실을 인정한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면서도 “형량이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결심공판에서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박 전 총장에게는 징역 25년, 곽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