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충남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을 필두로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 이동경(울산)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두 기대감에 가득 찬 듯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다. 이날은 지난 6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본 대표팀이 다시 출발하는 자리였다. 대표팀은 홍명보 전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 받은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임시 감독 체제에서 첫 A매치를 치른다. 이날 대표팀은 엔트리 30명 중 18명이 합류했다. 소속팀 경기를 치르느라 뒤늦게 귀국길에 오른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늦은 오후에 합류했고, 손흥민(LAFC)은 22일 도착한다.
훈련을 지켜보는 모레노 감독(가운데). 연합뉴스
모레노호의 첫 일정은 면담이었다. 1700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경기 모델과 플레이 스타일에 적합한 밝힌 모레노 감독은 ‘분석가’답게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담도 선수의 특징이나 소속 리그를 반영한 ‘맞춤형’으로 진행됐다. 모레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소집 기간 달성해야 할 개별 과제를 제시하고, 훈련 스케줄을 공유했다.
미드필더 정승원은 “감독님께서 용지를 나눠주시면서 개인적인 스케줄을 말씀해주셨다”면서 “미팅이나 식사 시간 등 작은 것부터 지켜달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전했다. 모레노 감독은 첫 만남부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경쟁심을 자극하는 심리전도 펼쳤다. 그는 지난 1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을 선수 선발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표팀 내 무한경쟁 체제로 변모할 전망이다. 정승원은 “감독님께서 농담조로 ‘벤치에 있는 싫지 않냐’고 물으셔서 단 번에 ‘그건 싫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처럼 많은 골을 넣어달라’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정승원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8골 6도움을 기록하며 FC서울이 선두를 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표팀 소집은 지난해 8월에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하다.
이번 A매치 기간엔 4경기가 치러진다. 24일 에콰도르(수원)와 맞붙고, 28일에는 우루과이(서울)와 대결한다. 또 10월 2일 베네수엘라(울산)와 상대하고, 6일에는 우즈베키스탄(용인)을 만난다. 대표팀을 보름 넘게 관찰할 수 있고, 경기를 4차례나 치르기 때문에 모레노로서는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줄 기회다. 모레노는 일단 이번 4경기에 더해 11월 열리는 2경기까지 총 6경기를 지휘한다.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고, 성과에 따라선 정식 감독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대표팀은 첫 훈련도 소화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모인 선수들은 스트레칭 위주 훈련으로 몸을 풀었다. 훈련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 출발하는 대표팀에 대한 팬의 관심도 뜨겁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2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22일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의 일반회원 선착순 모집이 0.04초 만에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