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세금으로 부자 내쫓는다”…맨유 구단주 한마디에 英노동당 발끈

중앙일보

2026.09.21 06:14 2026.09.21 17: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이니어스 회장. EPA=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이니어스 회장. EPA=연합뉴스


초고액 자산가들의 영국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이니어스 회장과 노동당 내각 인사가 세금 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랫클리프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죽도록 세금을 물리면 모두 떠나 버릴 것”이라며 “그게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랫클리프 회장은 영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제국, 위대한 국민이 있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며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내리막길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부 창출하는 사람 불편하게 해 영국 떠나게 한다”

랫클리프 회장은 미국과 영국이 부유층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에게 환호하지만 영국 사회에는 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이유로든 뭐로든 불편하게 만들어 영국을 떠나도록 부추긴다”고 했다.

영국 정부의 에너지·이민 정책도 비판했다. 북해 유전·가스전 개발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도 이민 문제나 복지 혜택 문제를 강하게 다루지 못한다”며 정부의 이민 정책에도 날을 세웠다.

화학회사 이니어스를 창업한 랫클리프의 자산은 약 150억 파운드(약 27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
노동당 “세금 망명자가 주장할 도덕적 우위 없어”

노동당 내각에서는 즉각 반박이 나왔다.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현재 모나코의 세금 거주자인 랫클리프가 영국의 세금 정책을 비판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랫클리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한 국민투표 당시 탈퇴를 지지했다. 2020년부터는 모나코의 세금 거주자로 지내고 있다.

브리짓 필립슨 주택지역사회부 여성평등담당 부장관은 20일 BBC에 출연해 랫클리프의 주장을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세금 망명자가 되기로 선택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기엔 그는 도덕적 우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필립슨 부장관은 이어 “나는 우리나라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슬림 서포터스 클럽(MUMSC)도 랫클리프를 비판했다. MUMSC는 그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구단주로서 신뢰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랫클리프는 떠나야 한다”고 했다.

랫클리프 회장은 지난 2월 “영국이 이주민들에 의해 식민지화하고 있다”고 발언해 거센 반발을 산 뒤 사과한 바 있다. MUMSC는 “(그가) 교훈을 얻었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한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英 부유층 이탈 잇따라…고액 납세자도 아테네로

최근 영국에서는 부유층의 이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데이타임스 집계에서 영국 납세액 3위에 올랐던 헤지펀드 매니저 크리스 로코스도 영국을 떠나는 것으로 이달 초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한 해 동안 3억3000만 파운드(약 6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로코스는 그리스 아테네에 사무실을 차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도계 철강 재벌 락슈미 미탈을 비롯해 애스턴 빌라 공동 구단주 나세프 사위리스와 골드만삭스 부회장 리처드 노드 등도 잇따라 영국을 떠났다.

싱크탱크 애덤스미스연구소는 지난 7월 영국에서 100만 파운드(약 18억4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44만2000명으로 줄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영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