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에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자 충남·세종 등 충청권 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나섰다. 국정자원에서는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해 국가정보시스템이 한동안 마비됐다.
21일 각 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있는 국정자원 본원을 2030년까지 폐쇄하고 새로운 입지를 마련하기 위한 정보화전략계획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결과는 내년 상반기 나올 예정이다. 국정자원 정원은 327명이다.
이와 관련, 박수현 충남지사는 지난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국정자원 본원을 충남에 설치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지사는 “충남은 전력·수력·인력 등 ‘3력’이 풍부하고 재해복구센터까지 있어 ‘국가 정보시스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기 손색없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박 지사는 “국가 핵심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백업 작업할 수 있고,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데다 정주 여건도 최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상호 세종시장도 지난 8월 6일 윤호중 장관을 만나 국정자원 본원을 세종시로 이전해 줄 것을 건의했다. 세종시는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집적된 도시라며 국정자원 이전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또 행정기관 간 업무 연계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신규 용지와 기반시설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공공기관 이전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대전시는 국정자원 지키기에 나섰다. 대전시 관계자는 “‘최근 국정자원 본원을 대전에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대전지역에 적합한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13일 대전시-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백 브리핑에서 “정부에 국정자원이 이전할 수 있는 예정지를 전달했고, 반드시 대전 내에서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는 관저동 예비군훈련장(14만 3050㎡ 규모)을 대안 부지로 제시했다.
대전시는 과거 정부대전청사에 있던 중소기업벤처기업부(중기부)의 세종 이전에 이어 또다시 주요 기관을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기부는 2017년 7월 장관급인 부로 승격된 뒤 2020년 10월 행정안전부에 세종으로 이전 의향서를 제출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하고 다른 부처와 협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국무총리도 “많은 부처가 세종청사에 있다”며 이를 수용했다. 당시 대전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7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국회의원은 지난달 당정협의회에서 “예전에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켜 세종시로 이전할 때 대전시민의 실망감이 컸다”며 “당시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에게 청 단위 기관을 이전할 때 대전으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26일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이설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국가 행정 시스템 709개가 마비되는 등 국가 행정서비스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행정시스템 완전 복구에는 95일 걸렸다. 현 국정자원 부지는 KT소유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