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민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후속 대책을 내놨다. 경미한 농지법 위반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고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처분을 유예하되, 투기 목적이 명백한 경우에는 현행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투기와 무관한 일반적·관행적 위반에는 곧바로 처분 절차를 밟지 않고 먼저 자진 정비 기회를 주는 게 골자다.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돼도 일정 기간 다시 경작하거나 적법한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 상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자진 정비가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권을 위탁해 처분 의무 부과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농민끼리 농지를 맞바꿔 경작하거나 한 사람이 마을 농지를 모아 농사짓는 관행적 임대차, 1㏊를 초과한 상속 농지와 고령농·상속·이농자의 휴경 농지도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처분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관행적 임대차 농지는 농지은행이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해 합법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불법 전용 농지는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낸 뒤 사후 전용 승인을 받아 합법화할 수 있도록 한다.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자진 정비 기간을 얼마나 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노리고 농지를 취득한 경우에는 강한 제재를 유지한다.
당정이 후속 조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가파른 농심 이탈이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 대상의 27%인 284만 필지를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한 데다 처분명령 강화와 농지 가격 하락·거래 위축까지 겹치면서 고령농과 관행적 임대 농가를 중심으로 불만이 컸다.
정부는 처분 유예와 사후 양성화 근거를 담은 특별조치법을 올해 안에 제정해 내년 1분기 시행하고, 2분기에는 임대차·휴경 요건 등을 손질하는 농지법 개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