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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과학산책] 모기 요격 시스템

중앙일보

2026.09.21 08:02 2026.09.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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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모기가 줄었지?” “글쎄. 입이 삐뚤어졌나?”

지난여름, 모기에 물렸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모기가 사는 데 편한 온도는 섭씨 20~30도 안팎. 더 더워지면 활동성도 번식력도 떨어진다. 폭염이 힘든 건 피차 마찬가지다.

모기는 우리 몸의 열과 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살갗 냄새를 따라온다. 더듬이와 촉수엔 열과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정교한 센서가 있다. 잔뜩 약이 오른 인간은 살충제와 모기향으로 끝내지 않는다. 열과 젖산을 미끼로 유인해 물에 빠뜨리거나 흡입 팬으로 빨아들인다. 피를 빠는 건 암컷이다. 암컷은 알 낳는 데 필요한 영양분에 목숨을 걸지만, 수컷은 꽃꿀과 식물즙으로 만족한다.

최근 중국에서 한 수 더 뜬 첨단 기계가 나왔다. 먼저, 방에 침투한 적을 레이더와 카메라로 잡아 날갯짓에 따라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패턴으로 암컷을 고른다. 암컷 날갯짓은 초당 350~500회로 수컷보다 느리다. 무고한 수컷은 그냥 놔둔다. 이어 ‘라이다’라는 고가 장치로 표적에 빛을 쏴 돌아오는 시간을 재, 3차원 좌표를 읽는다. 끝으로, 새끼손톱보다 작은 거울로 레이저를 조준해 1초에 30마리까지 격추한다.

벌레 잡는 데 이처럼 요란을 떨어야 할까. 알고 보니 이 방식은 소행성 연구와 판박이다. 천문학자는 이동 표적을 찾아 궤도를 구하고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를 추적해 자전주기를 알아낸다. 필요하면 망원경에 달린 거울로 대기 효과를 지워 소행성의 형태를 복원한다. 크기만 다를 뿐, 표적을 찾고 식별해 처리하는 과정은 닮은 구석이 많다.

질병관리청은 9월 초, 폭염이 지난 뒤 모기 개체수가 전주 대비 두 배 늘었고 올해 첫 일본뇌염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모기가 좋아할 스펙을 두루 갖췄다. 최고급 로봇청소기 만큼 비싼 중국산 모기 퇴치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내년으로 미룬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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