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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집값 안정보다 ‘현금부자’에게 로또 안겨주는 분양가상한제

중앙일보

2026.09.21 08:12 2026.09.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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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연말 서울 분양시장에 ‘대어’가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1·2·4주구(구역이름)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클래스트다.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국내 최고가로 꼽히는 래미안원베일리(옛 신반포3차)·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와 한강변에 나란히 붙어있다. 5007가구의 초대형 단지다.

조합원 몫과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웬만한 한 해 분양물량을 훨씬 넘는 1801가구에 달한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의 거의 반값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등 시세가 3.3㎡당 2억원에 육박하는데 분양가는 9000만원대로 예상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공사 현장. 5007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올해 말 1801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건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공사 현장. 5007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올해 말 1801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건설

분양은 기존 주택 매매 수요를 분산시키는데 저렴한 물량이 쏟아지면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재건축 등 민간택지 상한제가 부활된 2021년 이후 2023년에 무려 2781가구가 분양됐으나 그해 강남3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의 2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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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지역이 집값 상승세 주도


상한제가 수요·공급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강남 수요가 아니라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한 ‘로또’ 수요를 서울 전역에서 빨아들여 경쟁률만 높을 뿐이다. 청약가점제 분양제도와 대출 규제에 따라 무주택 기간이 길고 가족 수가 많은 청약점수 고점자이면서 ‘현금부자’여야 분양받을 수 있다. 주택 공급이 적소로 흐르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한제 분양이 본격화한 2021년 이후 강남3구에 아파트 매매 거래량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물량이 나왔지만 강남3구 아파트값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무주택자에게 싸게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는 있지 않냐고? 상한제를 부활한 문재인 정부가 밝힌 취지는 “분양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시장의 안정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디에이치클래스트 분양 물량 중 가장 작은 전용 59㎡ 분양가가 20억원이 훌쩍 넘는다. 전국 상위 2% 안에 드는 집값이다. 대출 한도 4억원을 제외하고 2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가장 큰 주택형 분양가는 50억원이 넘는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최상위 가격 주택을 보유하고 사실상 부유세인 종부세(공시가격 12억원 초과)를 낼 능력이 있는 무주택자가 과연 사회에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까지 얹어주며 내집 마련 부담을 덜어줘야 할 실수요자일까.

명분이 없어지고 효과도 없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재검토할 때다. 헛된 이상에 사로잡힌 상한제를 폐지해 분양가를 현실화해야 가격 규제에 발목 잡힌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다.



안장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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