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어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를 내놨다. 투기성 농지 취득에는 엄정 대응하되 ‘경미한 농지법 위반’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고 처분 명령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농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자 내놓은 보완책 성격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가운데)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농지 전수조사는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됐다”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뒤 시작됐다. 논란이 커진 건 지난달 말 개정 농지법이 시행되면서다.
개정법은 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꿨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농지를 빌려준 소유자가 1년 안에 땅을 팔지 않거나, 자경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명령이 내려진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농지법의 이런 엄격한 원칙이 현재 농촌의 현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각한 고령화에 농가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힘에 부쳐 농사를 짓지 못하지만, 땅을 놀리기 싫어 이웃에게 빌려주는 일도 많다. 땅을 상속받았지만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5~7월 조사 과정에서도 불법 임대차 등 ‘위반 의심’으로 분류된 농지가 27%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법이 시행되니 “투기꾼을 잡으려다 농민 잡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후속 조치에서 당정은 일단 투기와 일반적 농지법 위반을 구분해 처리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투기와 관행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또 관례적 위반을 묵인하거나 특례로 잠깐 봐주겠다고 하는 것은 땜질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니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던 시절 도입된 개념이다. 고령화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금의 농촌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그 간격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을 피하고 토지의 관리·이용을 효율화하려면 법 개정 등 근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