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차가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울의 한 성형외과 의원은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23억4373만원의 비급여 진료(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수입을 올렸다. 모발이식만으로 얻은 수입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는 0원이었다. 이 의원의 연간 매출은 약 28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진료비 수입 대부분을 특정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는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낮은 보상 탓에 진료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의원은 비급여 진료로 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의원급 의료기관 2만8770곳의 비급여 진료비는 총 490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605곳(2.1%)은 전체 진료비 수입의 80% 이상이 비급여였다. 진료비로 10만원을 거뒀다면 8만원 이상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정근영 디자이너
비급여 진료비 상위 의원에는 성형외과뿐 아니라 재활의학과와 안과도 포함됐다. 서울의 재활의학과 의원은 도수치료로 12억2144만원, 손발톱 진균증(무좀) 레이저 치료로 7억6943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대구의 안과 의원은 비급여 진료비 19억6398만원 가운데 18억6132만원이 라식·라섹수술에서 발생했다. 두 곳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 재활치료, 안과 질환 치료는 거의 하지 않았다.
개원가 내부의 비급여 수입 쏠림과 진료과목별 격차도 컸다. 비급여 진료비 상위 1%인 288곳이 전체 의원 비급여 진료비의 25.8%를 차지했다. 상위 20%까지 넓히면 80.5%가 몰렸다. 진료과목별 평균 비급여 진료비율을 분석했더니 성형외과 51.8%, 재활의학과 31.2%, 정형외과 23.4%였다. 소아청소년과는 11.3%, 산부인과는 9.4%였다.
비급여 진료에 수입이 쏠리는 구조는 필수의료 현장의 인력 이탈로도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3년 전부터 소아 진료 대신 수액과 미용시술 위주로 진료를 바꿨다. 그는 “소아 진료로는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B씨는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의원을 운영하는 의대 동기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며 “근무 시간은 짧지만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의·정 사태 기간 고민 끝에 개원 대열에 나선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적잖다”고 전했다.
이번 분석은 보고대상 비급여 항목에 한정돼 실제 비급여 수입과 의존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특정 진료영역의 높은 비급여 수익 기대가 의료인력과 자원의 필수의료 이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진료활동까지 획일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되지만, 비급여 의존도가 과도한 기관과 진료영역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비급여 진료의 의학적 필요성과 적정성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