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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유묵’ 예산마저 회수했다…추미애·김동연 갈등 2라운드

중앙일보

2026.09.21 13:00 2026.09.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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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에 공개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에 공개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연합뉴스

민선 8기 경기도가 추진한 안중근 의사(1879~1910) 유묵(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 환수 사업이 중단된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매입 과정을 엄중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재정난의 원인을 두고 날을 세웠던 추 지사와 김동연 전 지사의 갈등이 안 의사 관련 사업으로 번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함께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15일 “안 의사의 유묵 2점을 완전히 확보하고, 파주 임진각에 ‘안중근 평화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전 지사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유묵은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과 ‘독립(獨立)’이다.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도는 광복회 경기지부와 함께 소장자와 협상해 24억원에 ‘장탄일성 선조일본’를 매입했다. 이 유묵은 지난해 5월 귀환에 성공해 현재 경기도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국내외에서 확인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약 60여점. 이 중 31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당시 경기도는 “‘장탄일성 선조일본’과 ‘독립’은 안 의사의 항일정신과 동양평화 사상을 상징하는 작품이라 국보급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獨立(독립)’. 경기도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獨立(독립)’. 경기도


그러나 현재 교토 류코쿠대학이 일본인 소유자로부터 위탁받아 보관 중인 안 의사의 다른 유묵인 ‘독립’의 국내 반환이 지연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경기도는 광복회 경기지부를 통해 우선구매 협약서를 확보하고 일본인 소유자와 협상을 벌였는데, 일본인 소유자가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유묵 환수가 늦어지자, 경기도의회 역시 반발했다. 안시현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동두천1)은 “충분한 사전 협상과 실현 가능성 검토도 없이 예산부터 편성해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는 아까운 재원을 다른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주먹구구식으로 매입했다는 지적과 가격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추 지사는 최근 “도민의 혈세를 사용함에서는 한 점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며 “유묵 매입 및 예산 집행 전 과정의 적절성을 엄중히 조사하고,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예산 부적정 집행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유묵 환수를 위한 예산도 사라졌다. 경기도는 두 유묵을 사는데 총 5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유묵 구입비 37억원을 편성했다. 나머지 13억원은 도민이 참여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독립’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난해 이월 편성했던 남은 예산(13억원)을 전액 반납받아 불용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시에 문을 연 안중근평화센터. 최모란 기자.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시에 문을 연 안중근평화센터. 최모란 기자.


안 의사 관련 다른 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두 유묵의 영인본이 전시된 안중근 평화센터는 개관식도 없이 지난 19일 조용히 문을 열었다. 김 전 지사가 광복회 경기지부와 함께 추진했던 ‘경기 독립기념관’도 올해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 예산(2억원)이 삭감되는 등 모든 절차가 중단됐다. 재정난의 원인으로 민선 8기를 지목한 경기도가 민선 8기 주요 사업도 제동을 건 것이다.

김 전 지사와 안 의사의 유묵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호동 광복회 이사는 “안 의사 유묵 환수와 경기 독립기념관 건립 등은 지역 독립운동사를 보존하고 계승할 핵심 사업”이라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할 사업인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이어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매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반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묵 환수 사업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묵 환수는 국가가 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독립’ 소유자와의 협상도 진전이 없고 여러 논란이 제기돼 해당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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