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AI 외교 외치면서 사람은 못 뽑았다…美 핵심공관 채용 포기

중앙일보

2026.09.21 22:4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뉴스1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뉴스1


인공지능(AI) 등 해외 첨단 과학기술 동향을 파악할 재외공관 전문인력 채용이 구인난에 잇따라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밀집한 미국 시애틀에서는 4주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올해 과학기술전문관 채용 수요가 확인된 16개 공관 가운데 과학기술 거점이거나 AI 협력 중요성이 큰 6곳(베트남ㆍ시애틀ㆍ유엔대표부ㆍ보스턴ㆍ말레이시아ㆍ프랑스)의 채용을 승인했다.

과학기술전문관은 재외공관에서 주재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학계ㆍ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교부가 2022년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핵심 과학기술 거점인 미국 내 공관에서부터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월 채용 승인을 받은 시애틀총영사관은 4주간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채용을 포기했다. 5월 승인을 받은 보스턴총영사관도 5~6월 두 차례 공고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AI 거버넌스 논의 대응을 위해 3월 채용이 승인된 주유엔대표부는 공고 기한을 다섯 차례 연장한 끝에 이달 들어서야 후보자를 선정했다.

전문인력을 장기간 붙잡아두기 어려운 고용 구조가 채용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관 인건비가 예산상 단기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용임금으로 편성돼 4대보험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을 장기간 고용하기 어렵고, 외국 국적자를 통상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로 선임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로 선임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채용난은 올해만의 문제도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 2024년 4월 채용 승인을 받고도 실제 채용까지 5개월이 걸렸고, 채용된 전문관은 6개월 만에 퇴직했다. 이후 세 차례 추가 공고에도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다. 호주 역시 지난해 2월 승인 이후 10개월이 지나서야 전문관을 채용했지만 계약은 3개월 만에 끝났다.

인력 공백은 예산 불용으로도 이어졌다. 과학기술전문관 관련 예산 집행률은 2024년 44.4%, 지난해 58.4%에 그쳤다.

홍 의원은 “AI와 첨단기술이 외교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데 정작 핵심 거점에서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와 채용 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