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피해 숨어 지내던 아내의 임시 거처 주소가 이혼 소장을 통해 노출되면서 현직 공무원인 남편이 해당 주소를 찾아가 어린 자녀 앞에서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보복살인과 아동학대 혐의 등을 적용해 남편을 구속기소하고 전자발찌 부착과 친권상실도 함께 청구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30대 현직 공무원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도 법원에 청구했다. 남겨진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A씨의 친권상실 심판과 미성년후견인 선임도 함께 청구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7시17분쯤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에서 아내 B씨를 미리 구입한 흉기 2자루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현장에는 어린 자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자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A씨에게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도 적용했다.
A씨는 이전부터 잦은 가정폭력 문제로 법원에서 임시보호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거나 전화·메시지 등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해 접촉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아내의 신고로 형사입건된 데다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과 양육권 지정 등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이혼 소장에 기재된 B씨의 임시 거처 주소를 확인한 뒤 해당 장소로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 아동과 유족에 대한 경제적·법률적 지원을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8개 기관과 사건관리 회의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피해자의 피신처가 소송 서류를 통해 가해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제도적 허점도 드러났다.
현행 절차상 피해자가 별도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이혼 소장 등에 적힌 주소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행정처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기관은 전자·비전자 소송 모두 소장 작성 단계에서 개인정보 보호 절차를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관련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