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영접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나온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는 오는 24일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는 논의될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신화=연합뉴스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북핵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중국 전문가가 전망했다.
22일 저우보(周波)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연구원과 쑨청하오(孫成昊) 부연구원은 중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외신간담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미국이 핵심 대북 제재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북한 문제의 일괄 타결 방안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추진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했지만, 워싱턴 회담에서 북한 이슈가 미·중 관계의 발전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중앙군사위원회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안전협력센터 주임을 역임한 저우 연구원은 “트럼프가 북한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으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의 핵 보유 의도는 정권안보”라며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실제적인 군사 공격을 먼저 감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쑨 부연구원 보다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계속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내부 논의가 미국에 있을 정도로 사실상의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며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핵심 제제를 트럼프가 해제할 수 있을까”라며 북핵 문제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 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미·중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한국이나 러시아 같은 제3국도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저우 연구원과 쑨 부연구원 모두 “양자 현안이 산적한 미·중 정상이 북한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핵심 의제로 다룰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22일 베이징의 중국 기자협회에서 열린 ‘고위층 왕래와 중미관계’ 세미나에서 저우보(오른쪽)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 연구원과 쑨청하오 부연구원이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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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관계·휴전연장·실질협력·추가회담…워싱턴 회담 4대 의제
중국 전문가들은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지난 5월 시 주석이 제시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재확인 여부다. 저우 연구원은 “5월 트럼프 방중 성과를 저평가하는 서구 언론보도가 많았지만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한 것이 핵심 성과였다”며 “미국 역사상 중국의 종합국력을 공식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중간의 전략적 안정은 냉전 시대 미·소의 ‘상호확증파괴’와 다른 프레임이면서, 냉전 시대의 ‘파괴적’과 달리 ‘건설적’이라는 수식어도 차별화 요소라고 덧붙였다.
둘째 무역 휴전 연장 여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10일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 조건에 (미·중 간) 여전히 이견이 있다”며 “미국은 3~6개월 연장을 지지할 수 있지만 이번 주 발표가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연장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쑨 부연구원은 “미국의 카드는 반도체 수출통제, 중국의 카드는 희토류이지만 양측 모두 곧 대체 수단을 확보할 것”이라며 “카드는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은 희토류 대체 수입선을 마련하는 등,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란 예상이다.
셋째는 양국 간 위험 관리를 위한 실질적 협력의 증진이다. 특히 지난 5월 합의한 무역이사회와 투자이사회의 실제 가동 여부가 주목된다. 쑨 부연구원은 “뉴욕 협상 후 미국 측이 중국산 소비재, 낮은 기술 제품, 미국의 에너지·농산물·의료기기 등 비(非)민감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 논의를 희망했다”며 “지난 5월 발표된 보잉 여객기 200대, 연 170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 등의 이행과 추가 구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넷째는 올해 말로 예정된 두 차례 추가 정상회담에 대한 잠정적 합의 여부다.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12월 14~1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을 확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양자관계 프레임을 강조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건설적 전략 안정관계’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며, 갈등은 원만하게 관리·통제하고, 양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며, 세계의 평화·안정·번영 촉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3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한정(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부주석의 영접을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전용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는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가 도착하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영접을 나간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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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대국관계’에서 ‘건설적 전략안정관계’까지
한편 지난 2015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중국 정상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과거 양국 관계를 표현한 키워드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른바 ‘불충돌·부대항·상호존중·협력공영’을 내세운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트럼프 1기 미·중 관계의 키워드는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ion)’였다. 당시 미국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는 중국을 현 국제질서의 수정주의자로 명시하고 협력보다 경쟁을 강조했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로 경쟁 관계를 고착시켰다.
변화는 트럼프 2기 들어서 시작됐다. 지난 10월 부산 회담에서 트럼프는 시 주석과 회담을 ‘G2’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G2는 ‘Group of Two(주요 2개국)’를 말한다. 미국이 중국과 세계의 여러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함의를 내비친 말이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후 백악관은 팩트 시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공정성과 호혜성에 기초한 건설적 전략 안정관계(constructive relationship of strategic stability)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회담 후 나올 백악관 팩트 시트에 건설적 전략안정관계에 관해 어떤 내용이 담길지 전문가들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