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춘천인형극제 분투기

중앙일보

2026.09.22 08:02 2026.09.22 13: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명화 연출가·극작가

김명화 연출가·극작가

동서양의 창세기 신화를 따르자면 인류의 출발은 인형이다.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뜬 진흙 인형에 숨을 불어넣어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손인 인류는 어린 시절에 인형을 가지고 논다. 어쩌면 아이들은 인형 놀이를 통해 자신의 근원인 신의 창조를 기억하거나 떠나온 낙원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춘천인형극제(9월 10~16일)가 막을 내렸다. 1989년에 출발한 민간 주도의 유서 깊은 축제다. 그 무렵에도 86아시안게임이나 88올림픽을 기념하며 국제 공연예술축제가 있었으나 일회적 행사였고, 연극 분야에서 지속적인 국제교류의 축제는 춘천인형극제가 선구자다.

예술에 대한 지원이나 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공간사랑 극장장을 거치며 전통 인형극의 진가를 알고 있던 강준혁과 그 무렵 춘천어린이회관 관장이었던 강준택 형제가 주도했고 강승균·안정의 등 인형극계의 현장 예술가들이 헌신했다. 첫해는 간신히 일본팀을 한 팀 부르는 수준이었으나 2001년에 춘천인형극장이라는 거점 공간을 마련하면서 활성화되었다. 지난해에는 세계인형극연맹(UNIMA) 총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 축제로 부상하는 중이다.

호반의 도시답게 강변에 위치한 인형극장은 비록 명성 있는 건축가가 지은 그럴싸한 건물은 아니지만 애틋하다. 시의 도움으로 극장을 지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창립멤버들은 극장 로비에 침낭을 깔고 살다시피 하면서 공사를 관리했고 현장 예술가들이 품앗이하듯 도와가면서 만든 극장이다.

올해 나는 춘천인형극제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겼던 몇 편의 인형극을 관람했다. 내년에는 이 축제의 개막행사인 ‘퍼펫 카니발(사진)’, 분명 우리의 길놀이 전통에서 유래했을 퍼레이드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시민들 그리고 인형과 함께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리라. 신과 인간, 유한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김명화 연출가·극작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